이현미 대전시 청년가족국장

11월 19일은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국제 인도주의 기구인 여성세계정상기금(WWSF)에서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아동학대 문제를 조명하고 상습적인 아동학대나 폭행 예방 프로그램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0년에 제정, 올해로 20주년이 된 뜻깊은 날이다.

지난 8월 말 국회에 제출된 ‘2019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 1389건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다. 아동학대 발생 장소로는 가정에서 발생한 사례가 79%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주요 아동 돌봄 기관인 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순이었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가 2만 2700건으로 75.6%에 이르고 그 뒤를 이어 대리양육자, 친인척 순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한 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이 42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사회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아동 학대가 증가해 우리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 9월까지 1693건에 이르고 있다.

원격수업과 재택근무로 좁은 주거공간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경기침체로 인한 실직이나 폐업으로 경제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반해 교사나 방과 후 돌봄교사 등 외부인과의 교류가 단절되는 상황에서 피해 아동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데에 문제가 있다. 아동 학대의 특성상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밖으로 드러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삼자의 관심과 신고가 더욱 절실하다.

지난 6월 천안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에 이어 인천 초등학생 형제의 라면 화재에 이르기까지 아동학대 사례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아동학대는 한 기관만의 노력으로 근절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에 우리시는 아동의 인권 보호와 아이들이 더 안전하고 행복한 도시 대전을 만들기 위해, 지난 9월 전국 최초로 ‘아동학대 예방 선도도시’를 선포하고 민·관협치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시와 대전시교육청, 대전지방경찰청, 아동보호 전문기관과 대전시 약사회, ㈔한국 편의점 산업협회 등 8개 기관과 단체가 협약을 체결했다. 또 주민센터 79개소를 포함해 편의점, 약국 등 1872개소를 아동학대 신고처로 운영 중이다.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촘촘한 안전망을 통해 아동학대 사전 예방부터 개입·관리까지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시민들에게 다양한 홍보와 교육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등 올바른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연구해 온 세계적인 학자 베셀 반 데어 콜크는 그의 저서 ‘몸은 기억한다’에서 ‘오랜 시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학대를 받은 아이는 결함이 있고 아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상태가 돼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불완전성, 무가치함을 쉽게 느낀다’며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했다.

학대는 아동의 몸과 마음, 영혼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불행한 피해아동을 보듬어야 아픔을 떨쳐내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 단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라도 곧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세계 아동 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학대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데 모든 시민이 함께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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