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 급식소에 340여명 찾아
추운 날씨에도 긴 기다림 행렬
코로나19에 겨울준비 겹친 탓
각종 일자리도 사라져 생활고
“형편 어려워도 운영 지속할 것”

▲ 9일 오전 11시경 대전 중구 선화동에 있는 한 무료급식소 앞에 도시락 배급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인도에 줄지어 몰려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 9일 오전 11시경 대전 중구 선화동에 있는 한 무료급식소 앞에 도시락 배급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인도에 줄지어 몰려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코로나19(이하 코로나)와 겨울 준비로 생활고에 대한 불안감이 겹치는 노인들이 끼니 해결을 위해 무료급식소로 몰리고 있다.

9일 오전 11시경 대전 중구 선화동, 대전 천변을 따라 놓인 인도에 노인들이 줄지어 몰려있었다.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를 견디기 위해 노인들은 양지에 몰려 앉아 옷을 여미고 있었다.

이날 이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리면서까지 모여 있는 이유는 한 교회에서 운영하는 무료 도시락을 배급받기 위해서다.

배급은 오후 1시부터 시작이지만 이들은 혹여나 도시락을 받지 못할까 일찌감치 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경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A(89) 씨는 빨리 와 번호표를 받아놔야 마음이 놓인다고 토로한다.

A 씨는 “배급 시간에 맞춰 와도 되지만 혹시 모르니 일찍 와서 번호표를 받아 놓아야 마음이 놓인다”며 “집에서 할 일 없이 난방만 켜 놓으니 일찌감치 와서 기다리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배급이 실시되진 않기 때문에 일주일에 3번 실시되는 집 근처 무료배급 날엔 반드시 도시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당 급식소는 코로나 사태로 지난여름 한차례 문을 닫았다 운영을 재개한 후 방문자가 급증했다.

지난 6~8월경 지역 내 코로나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확산하면서 각종 무료급식소, 복지단체 등이 일시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생활고를 겪은 노인들이 꼬박꼬박 급식소를 방문하면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해당 급식소는 하루 평균 110여명이 방문했던 지난 2월과 달리 방문자가 점차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하루 평균 340여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언제 또다시 무료배급이 중단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올해 복지관 등에서 진행하는 용돈벌이가 없어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구 삼성동에 거주하는 B(91) 씨는 “코로나 때문인지 그동안 복지관 등에서 했던 소일거리가 확실히 없다”며 “용돈벌이는 줄었는데 겨울철이 다가오니 난방비와 연탄 구입비 등을 위해 식비 등 지출을 좀 더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에 겨울 추위까지 시작되면서 노인들은 생활고를 겪고 끼니 해결을 위해 무료급식소로 몰려드는 상황이다.

급식소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생활고를 겪는 노인들을 위해 힘들더라도 무료급식소를 지속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급식소 관계자는 “부양가족이 전혀 없는 독거노인들은 지자체의 지원이 잘 이뤄지지만 부양가족, 거주지 등이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노인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더욱 힘든 생활고가 이어진다”며 “한 끼의 무료급식이 도움이 절실한 누군가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복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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