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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한(前漢) 말(末) 외척이었던 왕망(王莽)이 나이 어린 황제로부터 나라를 통째로 빼앗아 신(新)나라를 세웠으나 얼마 못 가서 망해 버리고 천하는 다시 군웅(群雄)이 활거(割據)하는 시대가 됐다.

그중에서도 하남지방의 호족(豪族)들과 손을 잡고 군사를 일으켜 낙양(洛陽)까지 세력을 넓힌 유수(劉秀)와 촉(蜀)지방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며 스스로 황제를 참칭(僭稱)하는 공손술(公孫述)의 양대 세력으로 판도가 변해가고 있었다.

유수는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의 9대손으로 성격이 어질고 겸손하여 많은 사람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공손술은 일개 병사출신에서 벼락출세를 한 자인데 본바탕이 무식하고 천박해서 주제를 모르는 위인이었다.

형세가 이렇게 되자 작은 세력을 가지고 있던 자들은 양대 세력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岐路)에 서게 됐다.

그 중에서도 농서 지방에서 비교적 큰 세력을 확보하고 있던 외효는 두 세력과 양다리를 걸치려 하는 기회주의자였다.

외효의 수하 장수중에 공손술의 옛 친구였던 마원(馬援)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미 유수와 관계를 맺고 있던 외효는 공손술과도 교분(交分)을 쌓고 싶어 그와 친분이 있는 마원을 친선사절로 보냈다.

마원은 어릴 적 친구인 공손술의 환대를 받을 것으로 믿고 성도(成都)를 향했다.

그러나 공손술은 마원의 기대와는 달리 많이 변해 있었다.

한 동안 만나주지 않던 그가 한껏 치장을 하고 황제의 위세(威勢)를 부리며 나타나서 거드름을 피우는 꼴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마원은 돌아와서 외효에게 보고했다.

“그 놈은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자신이 가장 높은 줄로만 아는 위인입니다(정저와이 망자존대:井底蛙耳 妄自尊大).”

그 후로 유수가 천하를 평정하고 후한의 광무제(光武帝)가 됐다.

마원은 광무제에게 귀순해 많은 공을 세웠으며 천하가 평정된 후에도 복파장군(伏波將軍)이 돼 이민족을 몰아내고 변방을 안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성어(成語) 정저지와(井底之蛙)라고도 하며 분수도 모르고 스스로를 높다고 여겨 우쭐대는 사람을 비유하는 망자존대(妄自尊大)도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및전각심사위원장·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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