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와 약국을 제외한 상점 영업이 중지된 프랑스, 이런 카페풍경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사진=이규식

"유럽 여러 나라의 민족성을 짧게 비유하는 이야기가 한 가지 있다. 낙타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과제를 받고 난 뒤 영국인은 즉시 사막으로 달려가 텐트를 치고 낙타를 관찰한다. 끈기 있게 기다리다가 이윽고 낙타가 나타나면 그 움직임과 생태, 먹이, 배설물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찰하여 기록한다. 그 보고서는 서론, 본론, 결론도 없이 낙타의 실생활에 관한 일지로 정확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독일인의 경우에는 도서관으로 달려가 낙타에 관한 온갖 책과 자료를 수집한다. 실로 방대한 참고문헌을 모은 뒤 두문불출하면서 집필에 몰두해 얻은 논문 제목은 「낙타의 자아에 관하여」이다. 그러나 프랑스인은 과제를 받고난 뒤 동물원으로 가서 한 시간 가량 낙타 우리 앞에 서서 낙타를 살펴본다, 우산으로 낙타의 콧구멍을 간질이고 그 반응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런 다음 재기발랄한 보고서를 넘치는 재치로 단숨에 써내려간다고 한다." (이규식 지음 「프랑스 기행」, 도서출판 예담, 10쪽)

조금 과장되고 거친 비유겠지만 유럽 대륙의 핵심인 앵글로 색슨, 게르만 그리고 라틴계 세 민족의 특질을 간략하게 보여주고 있다. 중세 이후 물고 물리면서, 침략과 지배의 역사를 통하여 애증의 관계를 지속해온 세 나라가 이즈음 공통의 곤경에 처해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사망자 숫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고육지책으로 모두 봉쇄령을 발동하여 일상생활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마다 통제의 범위와 강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사회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역과 활동을 제외하고는 모두 문을 닫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 봄 한차례 봉쇄조치를 경험하여 충격파는 덜할 것이라지만 간섭받거나 권력, 타의에 의한 제약을 극도로 배척, 혐오하는 유럽인들로서 지금 처한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11월 한 달 정도 봉쇄조치가 계속될 전망인데 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고 해도 우리로서는 결코 남의 일로만 여길 일이 아닌 듯 싶다.

유럽인 특유의 합리성과 현실감각, 타협의 자세로 이 곤경을 헤쳐 나가기 바란다. 그리고 그간 숱한 위기, 재난 상황 속에서 나름의 생존, 대안을 모색해온 그들의 실사구시 정신이 이번에도 유럽을 구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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