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 지난달 16일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피하는 과정에서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은 운전자 A(30) 씨는 억울하게 피해를 보게 생겼다.

차체도, 블랙박스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경미한 충돌사고인데 피해자가 합의금 100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과다한 합의금 요구라고 판단한 보험사와 경찰에서 A 씨에게 ‘마디모(교통사고 상해감정 프로그램)’ 의뢰를 권했다.

하지만 정작 마디모가 ‘감정불가’라는 애매한 답을 내놓으면서 A 씨의 보험사는 합의금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A 씨는 “사고에 대한 잘잘못을 명확히 가려준다던 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하지 않으니 피해자가 합의금을 요구하기 좋은 상황만 만들어줬다”며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은 적당히 합의하고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시행 중인 마디모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마디모의 감정결과가 보험사의 합의 여부, 향후 소송 진행시 참고자료로 사용되면서 억울한 이들의 입장을 난처하게만 만드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디모는 교통사고를 재연해 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경미한 교통사고에서 육안으로 판가름하기 힘든 인명 피해사실을 가려내 과다한 치료비를 요구하는 일명 ‘나일롱 환자’를 가려내기 위해 도입됐다.

다만 현재 마디모가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재 국과수가 규정하고 있는 마디모 감정불가 사례에 속하지도 않는데 ‘감정이 불가하다’는 회신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재 국과수는 △사고 동영상 없이 사진만 의뢰되는 경우 △CCTV 동영상이 원거리에서 촬영돼 사고상황을 명확히 관찰할 수 없는 경우 △재촬영된 동영상이 촬영시 흔들리거나 사고 상황을 명확히 관찰할 수 없는 경우 △보행자, 이륜차 탑승자, 버스 승객의 경우 △후진하는 차량에 충돌된 경우 등 9가지에 대해 감정이 불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결과를 토대로 보험사에서도 A 씨 등 피해자와 합의를 진행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상황이다.

마디모 진단결과는 법적효력이 없지만 향후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는 있다.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마디모가 오히려 가짜 교통사고 환자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마디모 프로그램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다 보니 전국 의뢰 건수는 △2015년 1289건 △2016년 2252건 △2017년 2714건으로 증가하는 듯하다가 △2018년 1517건 △2019년 989건으로 줄었다.

경찰은 국과수 의뢰 결과 이 같은 감정결과가 나온 사실에 대해 조사관 입장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디모의 감정결과와 실제 사건 정황이 다를 수는 있다”며 “이번 사건은 가해 차량의 과실이 없는 것으로 보여 벌금, 벌점 등 행정처분은 감면 조치한 채 검찰에 송치 됐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마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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