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월훈 대전시 시민안전실장

사람에게 있어서 먹는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오죽하면 ‘사람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말이 있겠는가. 고려시대를 풍미 했던 대표적인 문인 이규보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쌀 한 톨 한 톨을 어찌 가벼이 여기랴. 사람의 생사와 빈부가 여기 달려 있는 것을’ 이처럼 쌀 한 톨의 가치는 사람의 목숨과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값지다.

하지만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기를 거짓으로 하거나 혼동하게 표시함으로써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분들의 노고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농수산물 수입 국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의 식량자급률이 10년 새에 10% 넘게 하락했다. 주식인 쌀만 해도 1990년 108%였지만 2018년에는 97.8%까지 낮아졌고 중국 등 5개국 이상에서 수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탁은 글로벌화 됐으나 역설적으로 ‘신토불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로 안전하고 신선한 우리 농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는 꾸준히 있어왔다.

이런 소비자의 마음을 악용해 농수산물의 원산지를 거짓과 혼동해 표시하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원산지를 거짓 표시한 2396개 업소를 형사입건, 원산지를 미 표시한 1608개 업소에 대해서 과태료 처분을 했을 만큼 원산지표시법이 잘 준수되지 않고 있다.

잘못된 원산지표시는 우리나라 농수산업 뿐 아니라 식품제조·판매업체에도 큰 악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들이 식재료의 원산지에 대한 불신감을 갖으며 외식업계 전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고 식품의 품질이나 안전성에 대한 관리를 어렵게 만들어 외국에서 식재료에 관한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 문제없는 우리나라 농수산물의 소비까지 부진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는 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됨에 따라 식생활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폭발적 수요 증가로 많은 사람들이 외식보다는 온라인 쇼핑의 음식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배달전문업체를 통한 온라인 음식서비스 거래 규모는 연간 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 음식서비스의 성장에 편승하여 통신판매중개업에서 원산지표시법을 위반하는 사례 또한 늘면서 올바른 원산지표시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통신판매중개업에서 발생한 원산지표시법 위반 제품의 물량은 128톤으로 최근 3년간 적발된 양보다도 1.37배나 많은 양이며 해양수산부에서 발표한 최근 5년간 수산물 원산지 위반현황에 따르면 원산지 미 표시 및 표시방법 위반이 4936건으로, 거짓 기재 1007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부터 원산지표시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현장에 완전히 정착하지는 못한 실정이다. 원산지표시법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고 이를 준수하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원산지표시 관련 문제 발생을 줄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농수산물 유통환경조성을 위해 농수산물의 올바른 원산지 표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우리 시를 포함한 관리당국의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졌다.

대전시 특별사법경찰은 이달부터 농수산물 원산지표시 전반에 대한 기획수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단순한 위법사항 적발이 아닌, 올바른 원산지표시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원산지표시법 준수에 대한 홍보와 지도를 병행할 예정이다. 원산지표시법 준수는 단순한 의무가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신뢰할 수 있는 농수산물 유통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소중한 실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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