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욱 한밭대 총장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청명한 하늘도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덕분에 맑아진 하늘과 화창한 가을 햇빛이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붉거나 노란 단풍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을은 오히려 1년 중 가장 책이 안 팔리는 계절이란다. 그래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출판업자들이 지어낸 것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도 있다. 날씨가 좋은 가을에는 집안에서 책을 읽기보다는 화창한 하늘과 아름다운 단풍을 즐기기 위해 책을 접어두고 오히려 밖으로 나가 즐기고 싶을 것이고, 이에 따라 책도 잘 안 팔리게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부담스러운 올 가을은 진정 독서하기 좋은 계절일 수 있다.

사실 책을 읽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조금 어렵다고 생각되는 수 백 쪽에 달하는 책을 읽을 때는 단단히 마음먹지 않으면 잘 읽기 어렵다. 인류역사 20만 년 중 문자가 발명된 것은 고작 8000 년 전이라 인류사 전체에서 독서를 해온 기간은 매우 짧아 인간이 아직 독서를 유전적으로 체화하고 있지 못한 것도 같다. 더군다나 현대 문명에서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고 최근에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시청이 크게 늘어나면서 과거시대의 문명과 같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영상시대에도 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계속 책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책읽기는 뇌기능을 강화해 사고능력, 인지력, 집중력 등을 증대시킨다는 것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 알려져 있고, 이와 같은 능력들은 소위 4차 산업혁명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쩌면 인류는 생존을 위해서도 책 읽기를 해야 한다.

최근에 카이스트가 융합인재학부를 신설하고 졸업요건으로 명저 100권을 읽고 책마다 원고지 50장 분량 또는 2시간 분량의 영상 서평을 제출하게 했다. 정재승 교수가 주도하는 이런 새로운 시도는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비판적 사고능력을 기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어쩌면 단순하지만 신선해 보이는 교육실험이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이와 같이 독서중심 교육으로 성공모델이 되고 있는 비정규 교육기관인 ‘아름다운 서당’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일반 대학생들에게 고전명작, 사회 및 경영 관련 책을 100권 이상 읽고 학습하게 하는 교육방식을 적용하는데, 이 곳 출신들은 매우 높은 취업률을 보인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독서 중심의 교육방식을 일반 대학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혼자 하는 독서가 힘들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독서 모임들이 매우 많다. 지인들끼리 또는 지역단위로 모이는 수많은 독서모임들이 있고, 대전 백북스와 같이 2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학습독서공동체도 있다. 나아가 코로나 시대에 공간을 초월한 온라인 독서모임들도 활성화되고 있다. 혼자 독서하기 힘들다면 이런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아무쪼록 코로나로 조금은 다른 이 가을에 쾌청한 하늘과 따뜻한 가을 햇볕 아래 노란 은행잎을 책갈피 삼아 독서를 해보는 것이 올 가을을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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