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앰 트랙 열차에 오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 사진=연합뉴스

양복, 양산, 양식, 양담배... 이런 어휘들의 앞부분에는서(西)자가 빠져있다. 표현이 불완전해도 그것이 서양에서 전래된 문화산물임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선진성을 인정하며 우리보다 나은 품질과 수준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던 것이다. 주로 미국과 유럽 여러나라로 함축되는 '서양'의 수월성은 우리가 배울 것이 있는 나라, 우리보다 앞선 문물과 사회수준, 국민의식으로 벤치마킹할 대상으로 여겨왔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국가방역체제, 국민들의 자각심과 규정준수 수준 그리고 국가적, 세계적 위기에 즈음한 사회분위기와 극복노력 등 여러 면에서 이른바 선진국은 감추어진 민낯을 드러내 보였다. 코로나 대비 태세와 확진자 숫자, 사망률 같은 부분적인 지표로 한 나라의 총체적 수준과 국가 위기대처능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속되는 재앙에 대응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민들의 총체적 태세를 보면 그런 판단이 그다지 어긋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하루 확진자 10만 명을 바라보는 미국, 봉쇄조치를 단행한 프랑스·독일 소식을 접하면 지금 그들의 곤경이 읽힌다.

20세기 초부터 무소불위의 수퍼 강대국을 자임한 미국의 경우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 손씻기 같은 기본적 방역수칙이 어느 정도 지켜지는지 구체적인 현실은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호응도가 높지 않은 결과 이런 참담한 상황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그러고 보니 미국이 당면한 현안은 코로나 대처만이 아니었다. 끊임없는 인종분규, 잇따르는 총기사고, 마약 같은 굵직한 사회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닐 것이고 예를 들면 영세한 철도교통 인프라 현실에 이르기까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현실면모가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항공산업의 번창,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구축된 도로망으로 철도의 필요성이 다른 나라와 같지 않다는 특수성도 있겠지만 철도가 친환경 교통수단임은 차치하고라도 항공이나 차량을 이용하기 어려운 국민들을 위한 배려측면에서 대체 교통수단, 교통복지 수준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조 바이든 후보는 열렬한 철도 애호자여서 당선된다면 미국 철도망이 확충, 현대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그 넓은 대륙에 TGV, ICE, 신칸센 같은 제대로 된 고속철이 없다는 사실도 의아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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