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더불어민주당(대전 유성구갑) 국회의원

국정감사는 1년에 한번 국회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그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줄곧 국정감사는 건강검진과 같다고 비유해왔다.

우리가 건강검진을 통해 현재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더욱 건강한 삶을 준비해 나가듯 정부도 국정감사를 통해 잘못된 관행들과 정책 방향을 바로 잡고, 국민들을 위한 더 나은 정책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유신체제 이후 삭제됐던 국정감사권은 1987년 6월항쟁으로 부활한 뒤,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사업들을 국민들의 눈높이로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이슈화 돼 문제 해결로 이어진 사례도 많았다.

특히 지난 2016년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최순실 국정농단 실체가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나는 계기였으며, 이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끄는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 이후 지속적으로 국정감사 무용론, 국정감사 폐지론 등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폭로, 국정감사와 관계없는 증인 및 참고인을 국정감사장에 세워두고 일방적으로 망신 주는 행위 등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과거의 폐해는 극복하고 지난 시기의 성과는 계승하는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로하는 민생국감이 돼야 했지만, 아쉽게도 이번 국정감사 역시 구태가 반복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정책질의보다는 정치공세가 주를 이뤘으며, 기관 증인들의 답변은 듣지 않은채 질문만 하는 장면들이 자주 연출됐고,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것이 아닌 그저 유명하고 잘 알려진 기업 CEO나 대표들만이 표적이 되는 행태가 반복됐다.

어떤 야당에서는 정책질의는 되도록 밤에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기사까지 나왔다.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한 심정이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런 폐해의 고리를 끊어보고자 이번 제21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일하는 국회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 안에 반드시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켜 상시 국회를 가동해 국정감사에만 올인하지 않고, 상시 국감 상태로 다양한 정책 현안을 다루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단시간에 겉핥기식으로 국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정밀 감사를 통해 국회의 정책 제안 기능과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의 피로감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이 가지는 국회에 대한 불신은 결국 대한민국 전체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코로나19 등으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는 지금, 국회부터 새로운 출발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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