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복현 호원대학교 법경찰학부 교수

2009년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4조는 공유수면 매립지의 소속을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행안부장관이 결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매립지의 소속을 결정하는 절차만을 규율한 것일 따름이다. 하지만 소속 결정의 기준이나 원칙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조항을 있는 그대로 운용하게 되면, 중분위나 행안부 장관은 실체법상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매립지의 소속을 결정하는데 포괄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위 조 제1항에서는 지자체의 구역변경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에 견줄 때, 여의도 면적의 7배에 해당하는 당진평택항 매립지의 소속을 정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점이 내포돼 있다.

우선 지방자치법이 소속 결정의 기준이나 원칙을 하위법령에 위임하지도 않았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아무런 규율도 없이 전면적으로 열어 놓았다.

이는 포괄적인 백지위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태도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헌법 제40조의 국회입법원칙과 국가공동체의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의회유보원칙에 각각 위반된다.

게다가 매립지의 소속을 의결하는 중분위는 자문기관에 불과하다. 그 위원회의 당연직 위원들은 본인이 직접 출석하지 않고, 소속 부처의 하위 공무원들을 대리출석시킴이 일상화돼 있다.

그럼에도 매립지 소속 결정의 기준까지도 정립하는 권한을 행사하도록 용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아주 자의적인 것이고 권한의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규정된 중분위의 구성방법을 행정규칙에 지나지 않는 그 운영세칙으로 형해화시킨 것이다. 지적공부 등록이 누락된 토지 정도의 소규모 매립지의 소속을 정하는 것이라면 용인할 수도 있다.

여의도의 7배라든가 40배에 해당하는 토지의 소속을 결정하는 기관이라면 그 격에 맞아야 한다. 하물며 지자체의 경계를 변경하는 것조차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하고 있다, 그렇기에 중분위 구성을 사실상 제약하는 운영세칙의 규율내용은 형평에도 어긋나고 또 체계정당성에도 어긋나 무효이다. 이런 기관이 합리성을 지니고 공정한 판단을 할 거라 기대하기엔 애초부터 지나친 것이다.

아무런 기준이나 원칙도 없이 중분위가 매립지의 소속을 결정함은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다. 제도의 최소보장이라 하지만, 지방자치의 공간적 범위에 해당하는 구역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도록까지 용인될 것은 아니다.

이상과 같은 위헌적인 상황에서, 중분위의 의결과 행안부장관의 결정이라는 법적인 절차가 위헌성을 면하고 그나마 정당성을 획득할 방안을 찾을 수 있으면,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그 절차가 지닌 자의성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다.

즉 당진평택항 매립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이미 확인한 바 있던 해상경계선을 존중하면서 그 소속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중분위 의결이 지닌 자의적인 요소도 해소하고 국토이용의 효율성도 확보하며, 지방자치의 본질적 내용도 보장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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