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 충남교육청 교육혁신과장

몇 해 전 충남도의회 한 의원이 충남교육청의 정책 방향 중의 하나인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교육’을 비판하면서 특정 정당을 연상시키는 용어를 왜 사용하느냐 하는 일이 있었다. 단순한 헤프닝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민주시민교육을 바라보는 한 단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었던 프리드리히 에버트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아무리 그 사회의 법과 질서가 민주주의에 기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수용하는 주체가 민주적 생활 태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기본법에는 시민교육 또는 민주시민교육을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라는 내용으로 그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독재 정권들이 교육을 정권의 획득과 유지를 위한 ‘국민동원’의 도구로 이용하면서 ‘시민교육’을 정치적 주권을 가진 시민을 기르는 교육이 아니라 정권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그 의미가 왜곡돼 왔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전국적으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하면서 현재는 전국적으로 시민교육을 ‘학교 민주주의 교육으로 확대’로 인식하고, 교육과정뿐 아니라 학교 현장을 민주주의 실천의 장으로 재편하려는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2016년 촛불혁명을 계기로 학교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요청이 확산하고, 2020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선거권이 18세로 확대되면서 주권자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을 키우는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18년 교육부에 ‘민주시민교육과’가 신설됐고 시·도교육청도 조직 개편을 통해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해 교육부의 종합계획에 맞춰 민주시민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교육청도 2015년 ‘인성인권팀’을 신설하고 민주시민교육 담당자를 배치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해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가 불평등과 차별, 배제와 혐오 등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사건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인공지능과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가치를 키우고, 다른 사람과 공감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감수성을 키우는 교육이 더욱 절실해진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 충남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으로 인권, 연대, 자치, 참여 등 민주주의적 가치와 생활 태도를 배우고 실천하도록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학교는 민주시민을 키워내는 최일선이자 일차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