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남 도시들 코로나 이후 '포용·녹색·스마트 도시' 목표 청사진 그려… 어떻게 구현할지 과제 남아
황선재 공적 기관 사회적 신뢰수준 변화 눈여겨야… 일반화된 사회적 신뢰수준 유지·개선 고민 필요
김성원 자가격리 행정서비스, 개인특성·요구 반영, 선택지 제공, 민간자원 활용으로 발전방향 잡아야
김일영 지역사회 생활 필요한 공간 재구성 필요… 자영업 배달서비스 등 통합 제공 시스템 구축하길
김성길 사이버 공간 체험기술 활성화 예상… 쌈지공원처럼 도심이라도 비워가는 공간계획 적극 검토
한상헌 코로나 팬데믹 예술적 감수성으로 풀어야… 일상서 가치 발견할 수 있게 지원정책 틀 전환을

[충청투데이 이인희 기자] 코로나19(이하 코로나)가 대한민국은 물론 지역을 휩쓴 가운데 코로나로 인한 사회의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코로나 이전의 사회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일관된 분석도 함께 내놓고 있다. 대전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도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적 변화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연구 정책 성과를 공유하는 대전세종연구원은 ‘2020 대전세종 정책엑스포’를 통해 앞으로의 사회 전환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이번 정책엑스포의 발제 및 토론 내용을 통해 코로나 속 새로운 사회 변화를 살펴 보았다. <편집자 주>

◆<발제 1>코로나와 국제사회 대응 정책의 흐름(박해남 원광대 HK+ 연구교수)

코로나라는 공식명칭을 부여받은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 된지 벌써 8개월을 향해 간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불과 3개월이 채 안돼 모든 대륙으로 확산됐다. 현재까지 약 2900만명이 코로나에 감염됐고 약 92만명이 이로 인해 생명을 잃었다.

처음 바이러스가 대대적으로 확산되던 지난 2월 세계는 코로나가 대대적으로 확산되던 나라의 국경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3월부터 약 두달 사이 100여개에 이르는 나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정책을 통해 외출과 집합을 최소화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러 산업 분야에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이는 다시 전체 경제를 둔화 시키고 소비를 감소시켰다. 비교적 충실한 복지제도를 갖춘 서구의 정부들은 대출 상환의 유예, 실업수당의 증액, 세금 감면 등 경제적인 타격을 입은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경제의 침체는 막을 수 없었다.

5월부터 다수의 국가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정책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식당과 카페를 비롯한 다양한 상점들이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8월 들어 상황은 다시 악화되었다. 정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했다. 국경 폐쇄,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 정책, 집합 규제 완화와 영업 재개, 사회적 거리두기의 재강화로 이어진 약 7개월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들로 하여금, 특히 도시들로 하여금 수행해야 할 많은 과제들을 부여했다. 단기적으로 도시들은 다양한 출퇴근과 업무시간의 조정을 유도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고, 공공서비스를 조정하며,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집단에 대한 특별 지원책을 마련하였다. 몇몇 도시들은 여기서 더 나아갔다. 코로나 이후 도시가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고 이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그린 도시의 미래는 크게 세 방향을 가리킨다. 코로나로 인해 발생하는 격차와 배제의 문제를 넘어선 포용도시, 오염을 줄이고 녹색공간을 확보한 녹색도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편의성을 높인 스마트도시가 그것이다. 코로나는 단순한 전염병 그 이상이 됐다. 도시인들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0년 이후 벌써 4번째 경험하고 있는 전염병의 확산은 우리로 하여금 도시를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방역과 치료를 통해 감염을 예방하고 감염자를 돌보는 것은 도시가 해야 할 일중 일부에 불과하다.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돌보고 회복시키는 것. 나아가 그러한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것. 이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발제 2>코로나와 한국의 사회적 신뢰 변화(황선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현재 코로나는 전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사회경제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사회의 경우 공적 기관과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 수준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사적 영역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고 공적 영역에 대한 신뢰 수준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올해 초 코로나 발발 이후 이러한 사회적 특성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 전후로 수집된 한국사회과학조사 패널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중앙정부, 지방정부, 한국사회에 대한 신뢰 수준은 유의미한 수준에서 급증한 반면, 종교집단과 언론에 대한 신뢰 수준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치적으로 진보적이고 주관적 사회계층이 낮은 집단에서의 긍정적 변화가 두드러졌다. 한 사회의 기관이나 제도에 대한 신뢰 수준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최근 한국 사회의 변화는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각 기관과 집단의 위기 대응 방식 및 성과에 대한 사회적 (재)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신뢰 수준의 변화는 특수한 상황에서 형성된 일시적인 경험일 수 있지만, 공적 기관과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 수준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가변적인 것이며, 대중으로부터 기대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성과를 보임에 따라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임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향후 과제는 이렇게 향상된 일반화된 사회적 신뢰 수준을 어떻게 유지하고 개선시킬 것인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것이다.

◆<토론 1>자가격리 경험을 통한 행정서비스 진화방안(김성원 충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코로나19가 초래한 우리사회의 전환’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자가격리 기간 중 경험한 행정서비스에 기반해 토론키로 착안하게 됐다. 최근에 경험한 세종시의 행정서비스에 대해 소개하고 그 경험을 통해 생각해본 진화방안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자가격리자 지원서비스는 △이동을 위한 교통편 지원 △감염여부 확인을 위한 검체검사 2회 △격리기간중의 방역용품, 음식료품 등 물품지원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과 담당자를 통한 격리수칙 준수지원 등 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도출해 본 행정서비스 진화·발전의 방향은 △개인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개인화 △개인화에 기반한 선택지 제공 △개인화와 선택지 제공을 위한 민간자원의 활용 크게 세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이상의 발전방향의 적용과정에서 투자대비 효익(ROI) 관점에서의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추가적인 예산이나 행정자원의 투입없이도 가능한 방안이 존재함도 언급하고자 한다.

◆<토론 2>비대면 사회의 공동체 활성화(김일영 행안부 주민자치 수석컨설턴트)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사회에서 지역사회는 신뢰있는 관계, 단거리 이동으로 생활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의 공간이다. 지역사회라는 공간을 우리 생활에서 필요한 일하고, 소비하고, 즐기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전시의 온통대전 시스템으로 동네생활 플랫폼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자영업의 배달서비스, 장보기 지원서비스, 공유경제를 통한 다회용기 사용, 아동 및 노인 돌봄서비스 제공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 행정은 온라인 플랫폼 구축, 동네배송 전기차 지원, 지역사회통합돌봄 사회서비스 바우처 확대, 동네일자리지원 등을 담당하고, 행정동 또는 2-3개의 행정동을 묶은 생활권 단위의 플랫폼 운영은 주민자치회가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하는 사업실행법인인 주민자치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

◆<토론 3>감염병과 도시의 변화 그리고 대응전략(김성길 공주대 도시융합시스템공학과 교수)

대규모 감염병이 도시공간 계획과 건설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 사례들 있다. 흑사병이 유럽 전역을 휩쓸 때, 유럽은 도시 중심에서 방사상으로 길과 건물을 배치해 전체 도시가 훤히 보이도록 해 외부 적의 공격뿐만 아니라 감염병의 공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봉쇄하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신도시 계획을 세웠는데, 이탈리아 동북부에 있는 팔마노바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영국의 존 스노우가 수인성 질병인 콜레라 감염 지도를 만든 것에서 시작되어 지하의 상하수도체계가 생겨나고 이는 영국의 지하철 튜브가 생겨나게 된 기반이 되었다.

근대도시계획은 공중위생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 현상이 단기적이기보다 영속적 혹은 반복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도시 공간구조의 변화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ICTs를 적극 활용해 기존의 오프라인 활동이 온라인에서 가능하도록 계획·설계됨과 더불어 사이버 공간에서의 공간체험 기술도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도 물리적 공간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일반인들에게 활동의 제한이, 일부 특정인들에게 있어서 보이지 않은 감옥 같은 현 공간체계에서 좀 더 자유로움의 공간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도시내에서 전반적인 외부공간의 변화와 더불어 한 사람의 공원 접근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계획과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도심이라고 할지라도 공간에 따라서 충진해 나가는 것보다 쌈지공원과 같은 비워가는 공간계획도 적극 검토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토론 4>문화예술 환경의 대전환을 대비한 큰 틀의 정책 고려돼야(한상헌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코로나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이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피해는 주로 공연 예술과 전시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스쳐 지나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국한될 수 없으며 파국을 향해 치닫는 전 세계적 자본주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간주돼야 한다.

불편하고 짜증나고 우울한 현 상황이 그냥 스쳐 지나갈 재난이 아니라 반성하지 못하는 우둔한 개발지상주의가 자초한 결과라는 사실을 예술적 감수성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문화예술의 역사에서 감염병이나 전쟁과 같은 전 세계적 대재앙들은 창작을 위한 후원자, 향유계층, 향유를 위한 매체에 직접적 변화를 촉진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양식과 새로운 장르, 새로운 향유 방식이 출현하곤 했다.

전문예술과 생활예술, 창작자와 향유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문화예술생태계의 흐름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를 급속히 앞당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규모와 산업의 논리로 성급한 성과주의로 재단하지 않고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지원 정책의 틀이 변화돼야 함이 필수적이다.

문화예술의 수용자가 중앙 추수주의에 동원되던 것으로부터 우리 주위의 소소함 속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는 능동적 문화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예술지원 정책의 관점이 전환돼야 한다.

이 때 로컬의 사유는 중요한 준거가 될 수 있으며 대전시 문화예술정책도 문화예술인의 안전망 구축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화예술생태계의 도래에 대비하는 큰 틀에서의 전략 구축이 요청된다.

정리=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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