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건 시인·대전문인협회장

얼마 전 어느 문학 모임에서 술자리가 있었던 필자는 여느 때와 따르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적당히 거절하면서도 어중간하게 받아마신 술이 소주 네댓 잔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평소 주량을 비교했을 때 작은 양이란 생각이 들어서 대리운전을 할 것인지, 운전을 직접 할 것인지에 대한 위험한 고민을 잠시나마 했었다. 물론 대리운전을 통해 귀가했지만 그날 저녁 TV 뉴스를 통해 음주운전 사고 소식을 접했다.

2018년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사고가 다소 줄어드는 듯했으나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산 이후 다시 15% 증가했다는 소식이었다.

한 여성의 무책임한 음주운전으로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이 목숨을 잃는가 하면 50대 남성의 음주운전으로 6세 아이가 목숨을 잃는 등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50대 여성 1명과 70대 노인 1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를 추가해 많은 음주 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로 느슨해진 단속을 틈타 음주운전이 기승을 부린 탓이기도 하지만 필자처럼 적은 양을 마셨으니 괜찮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가장 위험하다. 음주운전은 한 모금이라도 입에 댔다면 단연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요즘은 경찰청에서 언택트 방식의 단속을 도입해 단속을 강화하고는 있으나 그 실효성에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듯 보인다. 1차로 봉 타입의 비접촉식 감지기를 이용하고 이때 감지가 되면 직접 호흡을 불어넣어야 하는 2차 측정기로 단속을 한다고 한다. 단속 방식이 개선되고 강화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숙한 음주문화를 선도하는 시민의식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잔이라도 음주 시에는 절대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

이제 연말연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보니 또 얼마나 많은 술자리의 유혹과 음주운전의 유혹이 있을까?

지극히 개인의 이기적인 향락 때문에 더 이상의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2019년부터 개정된 2차 윤창호법이 시행되었고 음주단속도 계속해서 강화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법이나 단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은 신인류, 코로나 사피엔스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가슴속에 자리한 아직은 따뜻한 이름의 양심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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