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지역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가계 빚(부채)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 원으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97.9%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39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증가폭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하다. 행정수도발 훈풍에 충청지역 부동산이 강세를 보인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세종지역 1인당 총 대출액(5742만원)은 8월 대비 1.48% 증가하며 서울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았다. 대전 1.0%, 충남 0.86%, 충북 0.74% 등 충청권 전 지역의 1인당 대출액 상승이 눈에 띈다. 연령별로는 20대 1인당 신용대출액(143만원)이 7.22% 급증하는 등 총 대출액이 5.36%나 늘었다. 전국에 열풍처럼 불었던 20대 대출이 충청권에도 예외 없이 일었던 것을 증명한다. 일명 빚내 주식 사는 '동학개미'와 집값이 급등하자 부동산 수요에 가세한 '영끌대출' 영향이 아닌가 싶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세종지역 아파트 매매가는 29.5% 상승했고, 대전은 7.5%가 올랐다.

주목할 것은 60대 대출 연체액이 전달 대비 10.41% 증가한 점이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다행이지만 부채 부실화로 연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년퇴직 나이인 60대는 코로나 장기화로 고용시장에서 가장 불안하다. 일자리를 잃게 되면 대출 상환 연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지속되는 마당에 가계부채 증가는 국가경제에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서민경제에 시한폭탄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중·장년층 연체 이유를 신중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후 적절한 일자리를 못 찾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환 유예와 같은 채무 조정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임시변통이 아니라 부채 상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일자리 늘리기가 가장 시급한 근본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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