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天安 삼거리와 흥 타령
과거시험 때문에 헤어진 연인
합격 뒤 약속 잊지않고 돌아와
버드나무 아래서 춤추며 노래
전국에 전파 뒤 '흥타령 민요'로
해마다 '천안 흥타령 축제' 열려
국내 최대 춤축제로 자리매김

▲ 삼거리공원 능수버들 모습. 천안시 제공

[충청투데이] 전라도 고부에 사는 박현수라는 젊은이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도둑을 만나 여비를 빼앗겼고 폭행도 당해 많이 다쳤다.

그는 겨우 천안 삼거리에 있는 한 주막집에 도착했다. 다행히 주막집 주모는 박현수를 따뜻이 맞이 했고 특히 주모의 수양딸 능소는 약을 구해 상처를 싸매 주는 등 정성을 다해 치료해주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사랑이 익어 갔고 마침내 혼인 약속까지 했다. 건강을 회복한 박현수는 예정대로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출발을 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출발에 앞서 능소가 심은 버드나무 아래서 굳은 약속을 한다. 과거에 합격해도 변함 없이 사랑하고 결혼을 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박현수는 바로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고 몇 년의 세월이 흘러야 했다. 그래도 능소는 자기가 심은 버드나무 아래서 박현수를 잊지 않고 돌아 올 날을 간절히 기다렸다. 마침내 박현수는 과거에 장원으로 합격하였고 암행어사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이쯤 되면 고관 대작들의 사윗감으로 큰 인기를 누리게 되는데 박현수는 자신을 정성껏 치료해 준 능소를 잊을 수가 없었다.

▲ 천안흥타령춤축제2019서 거리댄스퍼레이드 금상을 수상한 레인보우치어(RAINBOW CHEER) 팀의 공연 모습.  천안시 제공
▲ 천안흥타령춤축제2019서 거리댄스퍼레이드 금상을 수상한 레인보우치어(RAINBOW CHEER) 팀의 공연 모습. 천안시 제공

그래서 그는 능소와의 약속의 지키기 위해 천안 삼거리로 달려 왔고 두 사람은 능소가 심은 버드나무 아래서 부둥켜 안고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천안 삼거리 흥~성하가 났구나 흥~' 이렇게 부른 그들의 노래는 전국적으로 전파되었고 마침내 '천안삼거리 흥 타령' 민요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능소가 심은 버드나무를 '능소버들'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유달리 천안 삼거리에는 이 능소버들이 많이 번식되었다.

천안시는 이와 같은 천안 삼거리가 갖는 민속적 정서를 한국 특유의 '흥 문화'와 접목시켜 해마다 '천안 흥 타령 축제 '를 벌이고 있다.

성별, 연령, 지역에 구애됨이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전국 춤 경연대회와 세계 여러 나라의 민속춤 경연대회를 개최함으로써 국내 최대 춤 축제로 인정 받아 문화관광부로부터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면 어째서 천안 하면 '삼거리'가 떠오를 정도로 삼거리는 도시 이미지 되었을까?

▲ 삼거리공원 명품화사업과 관련한 '삼기제' 부분의 스케치.  천안시 제공
▲ 삼거리공원 명품화사업과 관련한 '삼기제' 부분의 스케치. 천안시 제공

그것은 천안이 갖고 있는 지리적 여건 때문일 것이다. 차령산맥 줄기가 공주로 이어 지고 이것이 다시 전라도로 통하는 관문이 됐고 또 한 쪽은 진천, 청주, 보은을 지나 상주, 안동으로 이어 지는 분기점이 되면서 자연스레 천안은 삼거리의 기능을 하게 된 것.

그러나 천안의 위상을 이렇게 높인 것은 고려 태조 왕건이 936년 신라와 후백제를 차례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 하겠다. 왕건은 당시에도 신라와 후백제의 분기점이 된 천안을 전략적 요충지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천안시 목천면 덕전리에 성을 쌓기도 했고 천안시 부대동과 신당동을 연결하는 고개 달북재에 10만 군사를 주둔시켰다는 것이다. '달북재' 라는 이름도 북을 매달아 놓고 군사 훈련을 시킨 곳에서 유래하고 있다. 왕건의 연호가 천수 (天授) 이며, 통일전쟁 최후의 현장으로 알려 진 산을 천호산 (天護山) 이라 하고 이곳 지명을 천안 (天安) 이라 했음도 왕건의 깊은 뜻을 짐작할 수 있다.어쩌면 천하를 통일한 것도 이곳에 내린 하늘의 도우심이고, 그래서 이곳을 고려의 새 도읍지로 까지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천안 삼거리'는 삼국통일을 가리키는 지정학적 의미가 크다 하겠다.

<충남복지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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