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철 세종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한국에서 근대식 학교교육이 시작된 이래 IQ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IQ가 높으니 낮으니, IQ는 타고난 것이니 또는 IQ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때야 하느니. 과연 IQ는 아이들의 교육에 어떤 의미를 어느 정도 갖고 있을까.

최초의 지능검사는 1911년 프랑스에서 비네와 사이먼 두 심리학자가 ‘표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와 표준 교육을 받을 수 없어서 특수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를 구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1916년 미국의 터만이 이 지능검사를 미국문화권에 맞게 표준화하면서 이른바 IQ라고 하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IQ는 현대사회에서 인간 개개인의 두뇌를 평가하는 척도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민감한 데이터로 여겨졌다. 그러나 IQ검사에 대한 비판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바 있다.

첫째는 지능 검사, 적성 검사 등 표준화 검사 자체의 한계이다. 표준화 검사 결과는 집단의 평균값에 대한 개인의 상대적 위치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집단을 정해서 평균값을 낼 것인가에 따라 검사 결과는 달라진다. 예컨대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학교 교육에서 성공한 학생들을 주의깊게 관찰한 다음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을 기준으로 삼아 검사 문항을 출제할 경우 이민자나 저소득 노동계층 자녀의 IQ값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표준화 검사 자체가 갖는 제한점에다가 어떤 주관적 의도를 반영하기까지 하여 검사 문항을 제작할 경우 IQ검사는 ‘괴상한 선별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인간이 발휘하는 능력은 성취욕구, 대인관계, 자신감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지능만이 인간 능력을 예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IQ가 매우 높은 사람은 분석적인 사고가 지나치게 우세해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사고에 지장을 준다고 하는 연구 사례도 있다.

셋째, IQ검사 결과가 ‘저능아 꼬리표’가 되어 교사를 비롯한 주위 사람의 ‘낮은 기대치’ 내지 ‘부당한 편견’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스스로 부정적인 예언’을 하기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서 있었던 한 실험이다. 심리학자가 한 학급 아이들의 IQ검사 결과를 그 학급의 담임교사에게 전해주었다. 이 검사 결과는 심리학자가 의도한 '완전한 가짜'였다. 담임 교사는 IQ값이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에 대해 관심도와 기대치를 달리하며 상대하였고, 이는 실제 학업성적으로도 이어졌다.

IQ검사에 관한 위와 같은 비판이 IQ검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정교하게 설계되어 타당도과 신뢰도를 확보한 표준화 심리검사는 제한적인 수준에서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IQ검사에 관해 위에서 지적한 한계와 문제점은 남을 수밖에 없다. 1970년대 이래 IQ검사를 둘러싼 논쟁이 거듭되어 왔다. ‘IQ검사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고 지위를 배분하는 보편적인 기준’이라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IQ검사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영속시키는 도구’라는 비판도 제기된 바 있다.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습득한 지식을 적용하여 일을 하던 사회경제 체제에서 IQ값은 ‘학업의 성취’를 예견하는 데이터로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회경제가 변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과 공기처럼 디지털 환경이 형성되고 있으며, 고용 구조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 IQ값으로 아이들의 개인차를 확인하는 일보다 아이들끼리 서로 협업할 줄 아는 심성과 사회성을 키워주는 것이 새로운 사회경제가 요구하는 미래 교육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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