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용 청주시 공원관리과 녹지관리팀장

도로를 빌려 살아가고 있는 띠 녹지·가로수·도로변 정원에서 연명하고 있는 나무들이 있다. 숲속에 살아가는 나무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토양에서 수분과 양분을 공급받으며 열악한 환경에도 효율적으로 적응하며 목숨을 겨우 이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자동차 매연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주변에 그늘과 맑고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있다.

나무는 위로는 높게, 옆으로는 넓게 퍼지며 자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냥 높고 넓게 퍼지며 자랄 수는 없다. 나무 본연의 고향인 산속, 깊은 숲이 아니고 도로의 한쪽 귀퉁이에서 전세살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인 도로가 형태를 바꾸면 그동안 빌려 쓰던 좁은 땅에서 뿌리를 힘겹게 막 내린 상태에서 다시 뿌리와 가지가 잘려 옮겨지거나 베어져야 한다.

옮겨 심어지는 이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을 보존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좁은 땅 밑에 가스관이나 상수도관이 있으면 등 나무의 크기 주변 여건에 따라 뿌리를 자르고 이사를 할 수 없어 싹둑 베어져 생을 마감해야 한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부동산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처지도 못 된다. 도로를 임차하고 있는 나무는 도로 확장이나 점용허가와 동시에 그 자리에서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연명하기 위해선 팔다리를 절단하고 옮겨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베어져 생을 마감해야만 한다. 주인이 나가라 하면 무조건 나가야만 하는 신세이다.

통합시 출범 후 대부분 산림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다. 지난 7월 정기 인사로 띠 녹지를 관리하는 공원관리과에서 근무하게 됐는데 차도와 인도 사이 1m도 채 안 되는 좁은 땅에 나무를 심어 관리하고 있다. 좁디좁은 땅에서 옹기종기 자라는 나무들이 대견하고 고맙기만 하다.

띠 녹지의 나무는 인도와 차도 사이 심어지는 작은 관목류의 나무들이다.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맑은 공기를 제공해 주는 띠 녹지의 나무들은 무참히 밟혀 죽어가는 장소보다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들의 고마움에서 보호를 받아서인지 그나마 잘 살아가는 띠 녹지가 훨씬 많다는 것에 희망을 봤다.

맑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어주는 일원인 띠 녹지를 보호하고 아껴주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기대하며, 간혹 밟혀서 힘겹게 살고 있지만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산소를 공급하는 띠 녹지의 나무들이 푸르게 자라는 건강한 청주시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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