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민간시행 도시개발 난항
알박기·보상꾼 등 투기 판쳐
정보로 땅 선점…비싸게 되팔아
시설물 등 갖다놓고 보상 요구도
민원·소송까지…주택 공급 지연

[대전 주택공급 동맥경화, 결국 피해는 시민들의 몫]
<글 싣는 순서>
<1> 민간도시개발사업 멈추고 있다
<2> 민간도시개발 투기세력이 주택공급 늦춘다 
<3> 민원·소송에 소극행정…주택공급은 하세월
<4> 피 튀기는 토지확보전, 고분양가 초래
<5> 전문가들의 제언은

[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도시개발 사업은 1%도 성공하기 힘든 사업입니다. 1%라도 토지가 부족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여러차례 도시개발사업 고배를 마신 한 개발사 대표의 일성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 불렸던 민간시행 도시개발사업이 대전에서 유독 저주의 땅으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리 개발 정보를 습득해 땅을 선점한 뒤 땅값을 비싼값에 되파는 투기세력들이 사업을 좀먹고 있다는 게 시행사들의 한탄이다.

이들은 신규 토지 매수자들과 연합하거나 컨설팅회사나 특정 부동산과 연계해 조직적으로 중요 지점 땅을 미리 높은 값에 사들인 뒤 개발을 방해해 시행사로부터 많은 돈을 받고 파는 행위를 일삼는다. 

목적은 단기 전매 차익. 주택건설 등 필요한 택지를 집단으로 조성하는 공익적 목적을 가진 도시개발사업을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으로 전락시킨 장본인들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고액의 토지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허가 관청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고소·고발을 하기도 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1~2평의 땅만 산 뒤 지주행세를 하면서 고의로 소송을 건다. 소송에 질 줄 알면서도 확정 판결 때까지 사업을 지연시키기 위해 작정하고 달라 붙는 것"이라며 "민원도 다양한 경로로 제기한다. 고령의 원주민을 앞세워 힘있는 사회단체 조직에 사회적 약자인척 집단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땅 한평 없으면서 지장물 보상을 노리는 전문 보상꾼들도 개발사업의 큰 걸림돌이다.

개발사업구역내 국공유지나 휴경지를 대부받아 비닐하우스 등의 시설물과 고가의 농작물을 일부러 갖다 놓은 뒤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요구하는 식이다. 

이런 민원과 소송, 보상문제로 인해 사업은 장기간 표류하게 되고 금융이자 발생 등으로 사업성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개발업계에선 세상에서 가장 비싼 땅이 ‘안 산 땅’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사지 않은 땅이란 얘기로 사업 초기에 확보하지 못해 마지막에 매입하게 되는 땅은 처음보다 많게는 8배 가까이 높은 값을 주고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개발사나 시행사들은 구역지정 전 동의를 받는 과정에 계약금을 걸기도 한다.

지역 한 개발사 관계자는 "구역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받을 때 미리 금액을 픽스하고 계약서도 같이 쓴다. 예를 들어 나로 인해 사업이 잘못되면 계약금을 회수하지 않지만 토지주가 잘못하면 용역비를 물어야 한다는 식이다"며 "물론 이런 식의 접근법이 토지주들이 좋아할리 없지만 현재 구조에선 가장 안전하고 서로가 합의점을 찾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지주들, 혹은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금액을 제시해야 사업이 추진될 수 있는지를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 같은 연유로 도시개발사업이 지연되면서 정상적인 주택공급도 결국 지연되는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대전은 정부와 지자체 주도 택지개발이 갑천친수구역을 제하면 사실상 전무하고 재개발·재건축도 원도심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주거 수요도가 높은 곳은 민간시행 도시개발사업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투기세력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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