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제 청주시 축산과 축산정책팀

코로나19가 일상을 뒤바꾼 요즘, 5세 이하의 자녀들이 있는 부모에게 24개월 범위에서 주어지는 하루 2시간의 육아시간이 이처럼 유용하고 감사할 수 없다.

첫째 아이 아홉 살 초등학교 2학년, 둘째 아이 다섯 살(만 3세) 어린이집 꼬맹이를 기르는 나는 친정은 미원이고, 시댁은 제천이며, 신랑은 학원 강사라 하루 딱 수요일만 쉴 수 있는 꼼짝없는 독박 육아 직장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어린이집 휴원·초등학교 개학 연기로 아이들이 오전에는 집에서 아빠와 있다가 이후 아빠 학원으로 가 있으면, 내가 오후 4시에 퇴근해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사무실 퇴근과 함께 집으로 출근하는 격이다. 씻기고 온라인 수업 과제 함께 챙겨주고, 저녁밥을 해 먹고 다음날 먹을 음식들을 해놓고 청소를 하고 어쩌다 보면 오후 10시다. 책을 읽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함께 잠이 든다. 매일 반복되는 엄마로서의 삶이다.

육아시간이 없었던 첫째를 키운 시절엔 첫째 아이는 엄마가 퇴근하길 기다리며 오후 6시 30분까지 친구들은 다 가고 없는 어린이집에서 홀로 있었다. 늘 시간에 쫓기던 엄마였다. 그러다 보니 '정시 출근, 정시 퇴근 땡순이' 직장인이라 10분만 일찍 오라는 팀장의 말씀을 따르고 싶으나 마음처럼 쉽게 되진 않았다.

공공기관이 직장이라 가능한 혜택임에 이 또한 감사하다. 그러나 아직 이 좋은 제도를 쓰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다. 승진, 과중한 업무, 사무실 분위기, 상사의 마인드 등과 함께 스스로 눈치를 보며 감내하고 있다. 육아시간을 쓰지 않고도 아이들을 봐줄 수 있는 직원이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한데도 어린이집에 맡기며 쓰지 못하는 이들이 많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지금은 퇴직하신 최병화 전 축산과장은 언제나 배려해 주시며, 나 혼자만 혜택받는 것 같아 팀원들에 미안한 마음에 주눅 드는 것 같은 순간이면 말씀하셨다.

"윤 주무관, 걱정하지 말고 본래 모습처럼 자신 있고 당당하게 아이들 키워!".

그 말씀 한마디가 너무 감사해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과장도 손주가 생기셔서 더욱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코로나19가 일상이 되지 않았던 날들에도 육아시간의 혜택으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재 팀장·과장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사가 많으면 우리나라 인구정책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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