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윤 ETRI 미디어방송연구실 선임연구원

최근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동학 개미운동’이라 불리우며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친구들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모 주식이 몇 %가 올랐느니 아무개는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둥 심심찮게 주식 관련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친구들 중 소위 말하는 핫한 주식을 매수, 큰 이익을 보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소외 받은 주식을 보유, 상대적 박탈감에 망연자실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필자가 주식투자 전문가는 아니지만 귀동냥으로 주워들은 얕은 견식에 따르면 주식투자에는 성장주 투자와 가치 투자가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성장주 투자는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이고 가치 투자는 현재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나 잠재력이 있는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하여 투자하는 방식이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원의 R&D 과제 수주 현황도 현재 주식시장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최근 과제 수주 현황들을 보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원천기술 연구보다는 현시점에서 이슈가 되는 기술 위주 R&D 기획이 이뤄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출연연별 고유의 역할이 있고 실생활에 가까운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기관의 경우 최신 기술 트렌드에 따른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라는 출연연의 성격상 조직의 유연성이 일반 기업보다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반 기업의 경우 기술환경 변화에 따라서 기업의 청사진을 수정하고 그에 따른 조직과 업무를 변경하는 것이 자유롭겠으나 PBS 기반의 출연연에서는 조직의 움직임이 연구과제에 묶여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른 발 빠른 움직임을 취하는데 아무래도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

따라서 최신 기술에 대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출연연의 경영전략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상기와 같은 전략으로 일반 기업과 경쟁하는 구도는 출연연이 결국 실패의 결과가 예상되고 일반 기업과 경쟁이 출연연 고유 역할에 부합하는지 또한 의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출연연의 R&D가 나아가야 할 길은 현재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기술 또는 현재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미래에는 핵심이 될 수 있을 만한 원천기술 연구수행이다. 당장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출연연은 후속 과제 수주 등 문제가 없는 한 현재 수행 중인 R&D에 대한 지속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따라서 과제 기획 및 수행상의 확실한 지원만 보장된다면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앞서 전제로 한 과제 수주의 문제는 국가 R&D 방향을 결정하는 정부에서 풀어줘야 할 숙제로 미시적으로는 과학기술 R&D 방향 설정 및 추진, 거시적으로는 PBS 제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통해 해결 가능할 것이다.

출연연에 대한 근시안적인 R&D 정책으로 일관 시 CDMA와 같은 국가 핵심기술 발굴의 재현은 요원할 것으로 생각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기만성형의 미래 지향적인 R&D 투자를 할 때 미래를 선도하고 국가 성장의 원동력으로 활용 가능한 결과물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혜안을 가지고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가 R&D에 대한 가치 투자가 이뤄지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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