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 묻혀 건축제한된 땅 17억대 매입… 감사원, 관련자 징계·수사 의뢰
정치인 특혜 의혹 있었지만 피고인 명단서 빠져… 檢 “송치때 이름 없었다”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학교 건물을 짓겠다면서 송유관이 묻힌 땅을 편법으로 매입해 국고를 손실시킨 혐의를 받은 충남교육청 전현직 공무원 5명이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그런데 지난 2018년 감사원의 지적 이후 무려 21개월여에 걸쳐 관련 사건을 들여다본 경찰과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치고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결론이 나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작 이 땅을 팔아 3년여 만에 10억 원에 달하는 차액을 챙긴 것으로 의심받은 지역 정치인에 대한 특혜 의혹이 전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4일 지역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은 지난 7월 말 도교육청 직원 A씨 등 전현직 공무원 5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경찰이 2019년 5월 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지 1년 2개월 만의 기소이다. 사건을 맡은 천안서북경찰서는 검찰 송치 전 언론에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수사결과를 보면 A씨 등은 2013년 8월경 천안오성고등학교 주변 땅 5필지(5171㎡) 중 3필지(2411㎡)가 송유관 매설에 따른 지상권 설정 사실을 알면서도 지상권을 일시 말소하고 매입해 17억원 상당의 국고 손실을 입힌 혐의다. 이 땅은 보수 정당 출신으로 천안시의회 의장을 지낸 B 씨의 배우자와 지인이 각각 2012년과 2013년 공매와 임의경매를 통해 7억여 원에 매입한 곳이다.

교육청이 송유관 매설로 인해 건축행위조차 하지 못하는 땅을 사주면서 이들은 불과 3년여 만에 10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이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B 씨가 명의신탁을 통해 엄청난 재산상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의심했다. 실제 경찰 수사 과정에서는 B씨와 지인 간에 명의신탁 대가로 의심되는 돈 수천만원이 오간 정황이 확보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교육계 일각에선 도교육청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처리의 배경에는 지역 출신 전 충남도의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 이 사건은 김종문 전 충남도의원이 2017년 9월, 오성고 부지 매입 과정에서의 법률 위반 및 특정인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감사원은 2018년 11월 공직비리 기동점검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 및 수사를 의뢰했다.

도의원의 의혹 제기와 감사원의 공식 발표가 있었음에도 이번 사건은 일부 공무원들만 처벌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교육청이 왜 편법을 써가면서 이 땅을 사게 됐는지, 대가성이 있었는지의 여부는 밝혀지지 않게 됐다. 현재 이 사건은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제1형사부에서 맡고 있다. 관련 사건 기록을 봐도 교육공무원 5명과 송유관 공사 직원 1명 등 6명이 피고인으로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B 씨의 배우자와 지인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는 나와있지 않다. 검찰은 B씨를 포함한 이들에 대한 처분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수사가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서도 검찰 관계자는 “사건이 복잡해서 그랬던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 씨는 경찰에서 송치할 때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