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훈 한국효문화진흥원장

가을은 수확의 계절, 결실의 계절이라고 한다. 오곡백화가 무르 익어가면서 풍요롭고 넉넉함을 느끼는 시기이다. 올 한해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많이 지쳐 있고 힘든 시기였다. 삶의 일상을 많이 바꿔놓았다. 마스크 없이는 밖에서 활동할 수 없는 환경으로 바뀌었고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고통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해외에서 입국하여 자가격리 중인 시민이 부친상을 당했어도 상주역할을 못했다는 마음 아픈 사연도 있었다.

면회가 거절되면서 병원에 입원중이거나 요양원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여 근심걱정이 늘어난 일들도 있었다. 마스크 쓰기를 싫어하는 아기와 엄마가 실랑이하는 모습도 보았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안겨준 안타까운 일들이다. 10월은 효의 달이다. 효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자녀들의 효 의식 고취를 위하여 효행장려법에 10월을 효의 달로 정한 것이다. 또한, 10월 2일은 정부가 기념일로 정한 노인의 날(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고 자치단체마다 조례로 정한 효의 날이기도 하다.

올해는 효의 달이 시작되는 첫날 10월 1일이 추석이다. 올 추석은 일요일을 포함해서 공식 연휴기간이 5일로 예년보다 길다. 예년 같으면 고향을 찾으려는 마음으로 들떠 있을 때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효의 달 행사들이 대폭 축소되었고 추석명절도 쓸쓸하기만 하다.

정부는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하고 지역간 이동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각 지자체 마다 가급적 고향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어 비대면 추석에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범아! 추석에 코로나 몰고 오지말고 용돈만 보내라",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 "아들아 선물은 택배로 부쳐라", "추석명절에 불효자는 옵니다" 등 다양한 현수막과 피켓 홍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 모두가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소망과 노력이다.

요즘 다소 잠잠해 지고 있는데 우리가 지키지 않는다면 다시 코로나가 확산될 것이다. 추석연휴가 또 다른 재확산의 도화선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정보매체가 많이 발달되었다. 언제 어디서나 핸드폰으로 통화할 수 있고 영상통화도 가능하다. 이번 추석명절 만큼은 방문을 자제하고 가족과 친지간 영상통화로 서로의 마음 전해보자. 효의 근본정신은 사랑과 공경이라고 한다. 공자는 효경에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덕행의 근본이며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천성적인 것이라고 하였고 율곡 이이와 퇴계 이황선생은 인간사회 에서 있어서 모든 질서의 근원은 효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하였다. 효사상은 예로부터 부모 자식 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질서와 도덕을 바로잡는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윤리로 존재해 왔다. 우리 국민은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요즘처럼 어려울 때 힘을 합쳐 극복해 나가야 한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조선시대에 전염병 유행 시기에 설, 추석 명절을 지내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초간일기(1582. 2. 예천 초간 권문해)에는 "역병이 번지기 시작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조상께 몹시 미안했다."는 기록이 있고, 계암일록(1609. 5. 안동 계암 김령)에는 "역병 때문에 차례(단오)를 중단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와일록(1798. 8. 안동 수현 류의목)에는 "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유교의 최대 덕목인 봉제사에 대한 선조들의 아픔과 지혜를 참고하면서 추석명절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나와 내 가족, 이웃의 건강을 생각해서 보다 현명한 추석 명절을 보내도록 비대면 방식의 추석나기를 실천하자.

효의 시작은 신체보존·건강입니다. 민족대명절 추석, 부모·자녀·이웃의 건강을 위해 우리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합시다.

"효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효=건강), "부모·자녀·이웃이 건강해야 나라가 산다."

이번 추석만큼은 가족과 이웃 간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모습이 진정한 효의 참모습이 아닌가 싶다. 추석명절과 10월 효의 달을 맞이하여 부자자효(父慈子孝), 부모는 자녀에게 자애로워하고 자녀는 부모에게 효성스런 마음을 간직하면서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