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춘 충남도 자치행정국장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들썩인다. 마치 흑사병을 연상케한다.

흑사병은 14세기 유럽에서 가장 많은 목숨을 앗아간 인류역사상 최악의 유행병이었다. 코로나19로 이따금씩 들려오는 사망자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이 지속되다보니 사람간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마련이다. 세상사를 등지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바닷가 모래 길을 걷는 것도 특권인 듯 싶다. 코로나19로 정신없는 이때에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도심지에서 벗어나 시골에 거주하는 재미가 그것이 아니겠는가. 늘 머물고 싶고 찾고 싶은 길도 자주 다니다보면 시선은 어느덧 눈앞에 드리워진 파도를 넘어 망망대해 홀로 서있는 영웅바위에 고정하게 된다.

특별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왜 영웅바위라고 했을까? 길 가던 어르신께 여쭤보니 그 바위는 그냥 바위가 아니란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수호신과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충남 당진시 한진나루터에서 동북쪽 3.1㎞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가 바로 영웅바위이다. 유역면적만도 330㎡, 높이 30m, 둘레 160m에 달하는 영웅바위의 전설과 역사를 알고부터는 숙연해짐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을 되돌려 16세기로 되돌아 가보자. 왜적이 아산만에 진입했을 때 이 바위가 신통력을 발휘해 조선 수군을 지휘하는 장수의 모습으로 변하고 그 주변을 둘러쌓인 작은 바위들이 군졸의 모습으로 바뀌자 이 모습을 본 왜군들이 대경실색(大驚失色)하여 멀리 도망갔다고 한다. 이같은 전설이 알려지자 조정에서는 이 바위의 공을 높이 평가해 영웅바위라 칭하고 정3품 관직을 내려줬다고 하니, 가히 이 영웅바위가 지역주민들에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 싶다. 영웅바위는 여러 문헌에서도 고증돼 있다.

16세기 초 편찬된《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대진(大津) 중류(中流)의 영옹암'으로, 18세기 초 편찬된《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제35권에는 ‘충청도 서산땅의 큰 해구에 있는 영공암’으로, 19세기 중반 편찬된 《대동지지》홍주편에는 '대진(大津)포구 영웅암'으로 기재돼 있다.

비록 영웅바위의 이름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달리 불려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영웅바위는 오랜 세월 지역주민들의 가슴 속에 각인돼 있다는 점이다. 영웅바위가 중요한 것은 역사성에도 기인하지만 당진평택항 매립 전까지 지역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준 고마운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당진평택항 매립으로 바다가 육지로 변한다해도 영웅바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누가 머라고 해도 ‘나는 영구의 세월동안 이 지역주민과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이다. 마치 독도가 영구불변의 우리나라 땅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당진평택항 매립지를 두고 당진시와 평택시 간 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옮고 그름의 판단은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사법부 판단 이후에도 양 지역 간의 앙금이 계속 남아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진평택항 매립 목적은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면서 대중국 전진기지로서 역할수행을 통한 국가의 번영과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진평택항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양 지역 간 화합과 안정을 도모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살펴봐야 한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이때 지역 간 분쟁으로 마음의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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