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초집중화 … 국가 위기”
혁신도시2·공공기관 추가이전
지방분권 개헌도 자치권 실현
범국민공감대 등 과제 풀어야

▲ 행정수도 세종시 완성과 국가균형발전을 지향하는 충청권 민·관·정 협의회가 28일 세종시 여민실에서 공식 출범한 가운데 협의회 위원들이 행정수도 완성 퍼포먼스를 위한 버튼을 누르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충청권이 행정수도 세종시 완성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의 실현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민·관·정 협의회(협의회) 출범식을 갖고 행정수도 완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충북, 세종, 충남, 대전 등 4개 시·도는 28일 "행정수도 완성과 2단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비롯한 혁신도시 시즌2의 차질 없는 추진이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천도(遷都)론'의 당위성·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충청신수도권 시대를 열기 위한 첫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협의회는 행정수도 완성의 방법론과 국민의힘 참여, 특히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의 난제부터 풀어야 한다.

이날 충청권 4개 시·도 광역단체 등은 '민심(民心)'이 움직이는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목전에 두고 국가균형발전을 대의명분으로 삼아 의기투합했다. 세종시 여민관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민(民) 시민사회단체 시·도별 2명(8명) △관(官) 4개 시·도지사 △정(政) 4개 광역시·도의장, 민주당 4개 시·도당위원장 등 총 20명으로 협의회가 구성됐다. 더불어민주당발(發) 청와대와 국회, 정부 등을 통째로 옮기자는 공식 제안이 지난 7월 20일 터져 나온 이후 약 70일 만에 공식 기구가 구성된 것이다.

협의회는 선언문에서 "수도권 초집중화와 지방 소멸로 인해 국가경쟁력의 하락과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며 "행정수도 세종시 완성은 550만 충청민들의 간절한 바램이자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하는 것으로 국가적 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은 국토면적의 12%에 불과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의 50%가 넘게 살고 있고, 1000대 기업의 무려 75%가 집중된 탓에 교통, 부동산, 환경 문제 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반면 지방은 생산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소멸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발전이 결국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진단이 적잖다.

협의회는 "행정수도 완성 노력과 병행해 우선 추진이 가능한 국회 세종의사당이 조속히 건립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과 건립계획을 확정·추진해야 한다"면서 "대전과 충남의 신속한 혁신도시 추가 지정은 물론 충북혁신도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의사당 건립은 여전히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고 최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는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 여부를 결정짓는 심의를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협의회는 지방분권 개헌 추진 의사도 분명히 했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무한권력을 지방으로 고루 분산해 풀뿌리 지방자치가 지향하는 온전한 '자치(自治)'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앞서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5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처리와 개헌을 동시에 촉구했고 충청권 4개 시·도 시민사회단체 역시 같은 달 "21대 국회와 정부는 개헌을 신속히 추진해 망국병인 '수도권일극체제'를 타파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협의회 앞에는 선결해야 할 세 가지 과제가 놓여있다. 먼저 행정수도 완성의 방법론이다. 앞서 민주당 소속 충청권 4개 시·도지사는 7월 21일 국회에서 '행정수도 완성지지 표명 환영'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면서 헌법 개정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방법론은 개헌(헌법 개정), 법률 입법, 국민투표 등 세 가지로 압축된 상태다. 향후 협의회는 헌법 개정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선호하는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중지(衆智)'를 모을 계획이다. 개헌은 정치적 위험 부담이 높은 방안이다. 행정수도 완성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지닌 국민의힘이 국회 의석 총 300석 가운데 개헌저지선(100석)인 103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권 내 국민의힘을 어떻게 협의회에 끌어 들이느냐가 또 하나의 관건이다. 당초 4개 광역단체는 충청권 국민의힘 시·도당위원장들을 위원으로 위촉하려 했으나 결국 불발에 그쳤다. 개헌이나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려면 여야 간 '정치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석수가 많은 대구·경북 등을 파고들려면 무엇보다 안방(충청권)부터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했다. 충청권 28석 중 민주당 20석, 국민의힘 7석, 무소속 1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협의회 출범 선언문에 명시된 "정파, 이념, 지역 등을 초월해 지혜와 역량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구가 충청권에서부터 무색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충청권이 범국민적 공감대 기류 조성에 얼만큼의 역량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2300만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공룡군단에서 청와대 등 권부(權府) 이전을 극렬하게 반대할 경우 행정수도 완성론은 '공염불(空念佛)'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은 서울을 '경제수도'로 육성하겠다는 안(案)을 거듭 밝히고 있다. 협의회는 온·오프라인 서명운동과 정책토론회, 각종 강연 등을 전개할 방침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협의회 활동의 성패가 국민 공감대를 어느 선까지 끌어 올리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협의회 위원으로는 △충북 이시종 지사, 이장섭 국회의원, 박문희 충북도의장, 강태재 충북 국토균형발전 및 지방분권 촉진협의회 공동위원장, 유철웅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 공동대표 △세종 이춘희 시장, 강준현 국회의원, 이태환 세종시의장, 김상봉 고려대 공공정책대학장, 김준식 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대표 △충남 양승조 지사, 강훈식 국회의원, 김명선 충남도의장, 이상선 지방분권 충남연대 상임대표, 유태식 충남발전협의회 상임대표 △대전 허태정 대전시장, 박영순 국회의원, 권중순 대전시의장, 한재득 대전사랑시민협의회장, 이광진 대전경실련 기획위원장이 참여한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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