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욱환 충남지방경찰청 경감

미국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허위로 강간신고를 했다는 소녀를 향한 공권력의 횡포를 다룬 작품으로, 마지막에 강간이 진실로 밝혀지고, 피해자가 법정에서 피고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날 골랐어요. 어떤 행동을 보고 나를 선택했어요. 어떤 행동 때문인지 알면, 그것만 그만두면 내가 예전처럼 다시 살 수 있잖아요." 피해자는 얼마나 억울하고, 그 말을 얼마나 묻고 싶었을까. 그리고 이전과 같은 삶이 얼마나 그리웠을까.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법절차에 대한 접근이 어렵고, 고액의 변호사 비용에 1차적 망설임이 일렁이며, 또 고용 후에는 피해 정도와 불균등한 솜방망이식 판결에 분노를 치솟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지역사회의 갈등·분쟁·범죄해결에 있어, 당사자의 자발적 참여와 대화를 통해 피해회복 및 관계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평온을 유지하는 활동으로, 2019년 전국 15개 경찰서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범죄피해자·가해자의 80% 이상이 결과에 만족한 제도이다.

지원대상 사건은 학교폭력·가정폭력등 수사부서에서 상호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사건을 전담부서에 의뢰하면 전문기관과 함께 사안을 검토하여 선정된다. 이를 위해 경찰은 회복적 대화 전문기관인 '갈등해결과대화', '비폭력평화물결', '한국NVC센터',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좋은교사운동' 총 5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전문기관과의 회복적 대화 결과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 또는 형사절차에 반영된다. 이처럼 경찰은 전문기관과의 협업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여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범죄피해자의 실질적인 경제적·심리적 회복을 위한 조력자 역할 수행함으로써 든든한 이웃 경찰로 다가가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충남지방경찰청 피해자보호계는 ‘가장 안전한 나라,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의 실현은, 충남도민의 인권보장에서 시작된다는 일념으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것을 약속한다. 범죄피해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회복적 경찰활동과 범죄피해 평가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되고 널리 알려져 범죄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충남도민이 형사절차 과정에서 억울한 일이 없고, 대화를 통해 만족스러운 피해회복과 사회적 관계 회복이 실현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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