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의원 탈당 … 민주로 균형추 기울어
최근 전셋집 얻은 노영민 실장 거취 주목
야당 지사후보 이종배 의원으로 굳어져(?)
정정순 의원 회계부정 의혹 ‘지역변수’로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4·15 총선 이후 불과 5개월여 만에 터진 '박덕흠 발(發)' 쇼크가 충북 정치권을 급변으로 몰아가고 있다. 보·혁간 세(勢) 균형이 확연하게 진보 진영으로 기울면서 더불어민주당의 '도내 패권'이 한층 공고해졌다. 향후 보·혁 진영의 세 분포가 고착화하는 변곡점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종배 국민의힘(충주) 정책위의장의 차기 충북지사 출마 여부, 민주당 정정순 의원(청주 상당)을 둘러싼 총선 회계부정 의혹 사건이 정치 구도에 '뇌관'으로 장착된 상황이다.

24일 충북 정치권이 추석을 목전에 두고 크게 술렁이고 있다. 국민의힘(미래통합당 후신) 3선 박덕흠 의원(보은·옥천·영동·괴산)이 전날 탈당한 게 발단이다. 박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 시절 가족 명의의 건설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박 의원의 탈당으로 금배지 의석수는 민주당 5석, 국민의힘 2석, 무소속 1명으로 바뀌었다. 의석수 차원을 넘어 민주당 깃발이 '중원충북'에 깊숙이 꽂히는 변수가 발생했다는 풀이가 주목된다.

앞서 민주당은 총선 당시 충북에서 '신승(辛勝)'에 그쳤다. 5대 3으로 숫자상 앞섰지만 청주 상당, 서원 등 2곳의 접전과 특히 비례 투표 결과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 비례 위성정당)이 36.26%를 기록해 30.89%에 그친 더불어시민당(민주당 위성정당)에 5.4%포인트 앞서는 등 몇몇 대목은 민주당이 충북에서 힘겨운 승부를 벌였음을 보여줬었다. 더욱이 전국표심이 집권여당에 쏠려 있는 총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도내 유권자들은 '견제와 균형'을 선택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도내 11개 시·군 중 동남부 4개 군의 수장인 박덕흠 의원이 불명예스럽게 탈당함에 따라 자연스레 민주당의 밸류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관전평이 중론이다. 특히 2018년 7회 지방선거 결과와 '박덕흠발(發)' 쇼크를 한데 묶어 충북지역이 '민주당' 수중에 온전히 들어간 게 아니냐는 해석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두터운 동남부 4개 군이 중립지대로 변한 점이 기저에 깔려 있고, 민주당이 지방선거 때 5·6회에 이어 도지사 선거를 연거푸 3번 승리하는 등 수부도시 청주를 비롯해 무려 7곳을 쓸어 담은 게 배경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지방선거 압승에 이어 비록 총선은 신승이었지만 5개월여 만에 예기치 못한 '박덕흠발(發)' 쇼크란 호재를 만난 셈"이라며 "충북도청을 거점으로 도내 곳곳의 권부(權府)를 장악한 민주당이 차기 지방선거 전까지 동남부 4개 군의 민심을 얻으면 진짜 '민주천하'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은 민주당세가 도내를 휘감은 것으로 보인다.

박덕흠 의원의 탈당은 오는 2022년 6월 8회 지방선거 여야 도지사 후보군과도 연결돼 있다. 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박덕흠 의원은 3선의 이종배 정책위의장을 주자로 꼽았었다. 의혹에 휩싸이기 전 박덕흠 의원은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나는 의정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지사 선거에는 뜻이 없다"며 "이종배 의원이 나한테 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말했고 나 역시 이종배 의원이 (후보로) 적합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도지사 출마 의사가 있느냐'고 최근 이종배 의장에게 묻자 "지역구인 충주를 넘어 충북현안을 챙겨 볼 것"이라며 '도권(道權)'에 의중이 있음을 내비쳤다.

민주당 후보로는 얼마전 청주 복대동에 전셋집을 계약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유력하게 회자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노영민 실장이 결심만 하면 후보는 물론 무난하게 당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고 있다. 노 실장은 청주 흥덕에서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주중대사 등을 지낸 친문핵심이다. 하지만 노 실장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서울 종로)와 정세균 국무총리 등의 정치적 행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잖다. 이 대표는 전남에서 의원과 지사 등을 역임한 데 이어 지역구를 정치1번지 종로로 옮겼고, 정 총리 역시 전북에서 4선을 기록한 이후 종로에서 재선을 한 바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노영민 실장이 향후 정치적 승부(?) 등을 고려한다면 서울·수도권의 대형 선거구 재·보궐에 도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정정순 의원의 정치적 거취 역시 지켜볼 대목이다. 회계부정 의혹 사건이 어떻게 결론 맺느냐에 따라 도내 정치1번지의 간판이 걸려 있고 민주당의 순항 여부와도 연결됐기 때문이다. 앞서 정정순 의원은 총선에서 무려 8년 만에 도청 소재지인 정치1번지 청주 상당을 탈환했었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향후 이 사건의 향배와 관련해 '박덕흠발(發)' 쇼크 같은 후폭풍을 점치고 있다. 정정순 의원은 사건이 불거지자 입장문을 내고 "회계 책임자에게 불법이나 부정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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