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대전 동구청장

대전의 과거와 미래, 남과 북의 허브, 쌍둥이 철도 빌딩이 있는 대전 동구. 얼마 전'대동하늘공원'이 아름다운 노을과 야경으로 한국 야간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식장산 한옥 전망대에서 대전 시내를 바라보는 야경 또한 일품이다.

인구 대부분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소비 패턴이 낮에서 밤으로 변하고 있다. 소비 주체가 소비할 수 있는 시간대, 본인의 취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대,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대가 저녁 이후임을 고려하여 이제 '밤의 경제'에 주목할 때다.

낮에 이루어지는 경제활동과 규모는 다를지언정 관광 산업을 중심으로 밤의 경제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비패턴 변화와 야간활동에 대한 인식 변화에 맞춰 새로운 콘셉트의 관광·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한다.

밤의 경제를 구체적으로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관광을 산업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접목시키는 스토리텔링 개발이 필요하다. 언론에 보도된 외국 사례를 인용해 보면,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카페'카와이 몬스터 카페'가 유명하다. 이 가게는 2015년에 오픈했는데, 2017년에만 15만 명의 손님들이 다녀갔다고 한다. 콘셉트, 공간, 스토리를 디스플레이와 서비스, 그리고 요리에 접목해 야간에 특색 있는 볼거리를 원하는 관광객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은 밤 8시 이후에도 이어지고, 영국 런던에서도 밤늦게까지 뮤지컬 관람과 미술관 전시 관람을 즐길 수 있다.

모든 도시가 밤의 경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꼭 성공할 수는 없다. 밤의 경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개성 있는 콘셉트와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반시설이 전제되어야 한다. 밤의 경제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계되기 위해 필요한 선제조건이 대전 동구에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쇼나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는 장소가 적다는 점, 나이트클럽과 라이브하우스(Live House) 등 심야 영업이 쉽지 않다는 점 등이다. 앞으로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대전역을 중심으로 버스와 지하철이 모여 있는 지리적 장점을 살려야 한다. 교통이 편리하다는 장점을 활용해 역세권을 중심으로 하는 야간관광의 콘셉트를 '대전 부르스'로 정하는 것은 어떨까.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0시 50분." 대전역에 오면 누구나 흥얼거리는 노래, '대전 부르스'다. 마치 밤의 경제가 관광 산업의 키워드로 떠오를 것을 예견이라도 한 듯하다. 대전발 0시 50분이라는 스토리가 있고, 전국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 내리자마자 만나는 전통시장과 관사촌 카페거리, 대동하늘공원 골목길 투어 등 야경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직은 밤 8시가 되면 문을 닫고 어둑어둑해지는 대전 동구 역세권 일원에, 밤의 경제를 꽃피워야 한다. 전국 어디에서나 어느 시간대도 즐길 수 있는 전통시장을 밤의 경제와 연결할 수 있도록 시장별 테마 사업-선술집, 한의약 거리, 인쇄골목, 전통시장 내 다양한 물건 구입, 커피 거리 등을 발굴하고, 전국에서 대전역으로 모였다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면 어떨까.

포스트 코로나19 대비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다채로운 야간 콘텐츠 개발 및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