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송해창 기자] 10여 년간 알고 지낸 지적장애인의 로또 1등 당첨금을 가로챈 부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2016년경 A 씨 부부는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지적장애인 B 씨의 로또 1등 당첨 소식을 듣게 됐다.

B 씨는 13세 수준 사회적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는 B 씨에게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줄테니 같이 살자’는 취지로 말해 8억 8000만원을 송금받았다.

A 씨 부부는 돈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올렸으나 등기는 A 씨 명의로 했다.

송금받은 돈 1억원가량도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등 임의로 사용했다.

B 씨는 뒤늦게 사실을 알고 A 씨 부부를 고소했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A 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A 씨 부부는 재판 과정에서 “토지와 건물 등기만 피고인 앞으로 하고 식당을 운영하며 피해자에게 생활비를 주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홍성지원 형사1부(김병식 부장판사)는 피고인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 항소로 사건을 살핀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에게 징역 3년과 3년 6월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상에서 음식을 사 먹는 행위와 거액을 들여 부동산을 장만하는 행위는 전혀 다른 판단력을 필요로 하는 경제활동”이라며 “피해자는 숫자를 읽는 데도 어려움을 느껴 예금 인출조차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들과 피해자 사이에 명의신탁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소유와 등기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를 상대로 마치 피해자 소유로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을 것처럼 행세해 속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심신장애가 있는지 몰랐다’는 피고인 주장에도 “10년 이상 알고 지낸 피해자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송해창 기자 songh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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