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모독죄 기소 형 재판 중 … 동생은 심장병 수술 앞둬
“국방의무 다하려고 왔다가… ”형제 돌보는 이모 애간장

▲ 군복무 후 주거지인 말레이시아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정 씨 형제.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상복 기자] 고국에서 18개월간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고도 주거지인 말레이시아로 돌아가지 못하는 형제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말레이시아로 갔다가 군 복무를 위해 한국 땅을 밟았지만, 군 생활은 결과적으로 이들에게 좌절을 안기는 시간이 됐다.

7∼8살 때부터 어머니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몽키아라에서 살던 연년생의 정 모씨 형제는 2018년 10월 22일 동반 입대해 복무한 뒤 지난 6월 4일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 형(22)은 55사단에서 예비군 조교로 복무했고, 동생(21)은 17사단 통신병으로 제대했다.

그러나 이들은 군복을 벗고도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4개월째 충북 단양의 이모 강모(49)씨 집에 얹혀 지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문제도 있지만, 재판과 수술로 출국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말레이시아 노팅엄대학교 화학공학과 1학년을 마치고 입대한 형 정씨는 현재 출국이 금지된 상태다. 군 복무 당시 상관(소대장) 모독 혐의로 동료 병사들과 함께 군 검찰에 의해 기소돼 지금까지 수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조만간 두 번째로 법정에 나가는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부대에서 일반인 지인들에게 휴대전화(SNS)로 소대장 욕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작년 9월의 일이라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소대장 스스로도 병사 차별이 심했고, 이해 안 되는 말을 한 뒤 화를 내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최근 복학해 이모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이모 강씨는 23일 취재진에게 “대통령도 대놓고 욕하는 세상인데 뒷담화했다고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 수사한다는 게 상식에 맞느냐”며 “군인권센터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색이 완연한 동생 정씨는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대신 수술대에 오른다. 3주 전부터 가슴 통증이 심해져 단양과 제천의 병원을 찾았던 동생은 삼성병원에서 심방중격결손증 진단을 받고 오는 11월 13일 수술받는다. 상병 때 처음 통증을 있었지만, 당시에는 “군 생활이 힘들어서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도 수술 후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면 대학에 복학해야 한다. 강씨는 “‘코로나 19’로 인해 말레이시아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는 여동생의 형편이 좋지 않아 수술비와 입원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하고 취업해 결혼하면서 계속 입대를 연기하면 군대에 안 가는 방법도 있다는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려고 입대한 조카들이 하나는 병을 얻고 하나는 법정에 서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단양=이상복 기자 cho222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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