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운항증명 심사 11개월째
플라이강원 6개월만 ‘대조적’
국토부 고의지연 의혹도 제기
행정도시 관문공항 고려해야

▲ 에어로케이 항공기. 충청투데이 DB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청주국제공항이 모(母)기지인 에어로케이의 항공운항증명(AOC) 발급 심사가 11개월째 진행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부권 거점공항 육성 대선공약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발급 연기 사유에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기저에 깔려 있다. 반면 AOC 발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심사가 곧 마무리될 것이란 낙관론도 적잖다.

23일 충북도와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에어로케이가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AOC 발급을 신청한 이후 여지껏 심사가 이어지고 있다. 서류와 안전 등과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정치권 일각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에어로케이와 함께 국제항공운송면허 발급 심사를 통과한 플라이강원이 6개월 만에 AOC를 발급 받은 점과 확연히 대비된다며 보완필요 지적이 과잉 또는 시간 끌기란 시각을 나타낸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최근 국토부를 향한 경고까지 터져 나왔다.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는 "특별한 하자나 문제가 있다면 명확한 이유와 근거를 밝혀달라"면서 "국토부가 고의적으로 지연한 사실이 드러나면 충청권과 연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대선 당시 '중부권의 거점, 평화 하늘길 인프라 구축'을 제시하고 청주공항과 양양공항을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점이 거론된다. 청주공항을 도외시 하고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한 플라이강원만 정부가 챙기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거여(巨與) 더불어민주당발(發) 행정수도 세종시 완성론이 부상한 만큼 국토부가 청주공항 활성화와 직결된 에어로케이 AOC 발급 문제에 접근하는 탄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된다. 이런 맥락에서 '행정도시 관문공항' 격인 청주공항의 위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행정수도 완성론자들 사이에선 청주공항 활성화가 충청신수도권 시대를 준비하는 하나의 차원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즉 청와대 등 권부(權府) 이전이 통째로 이뤄질 경우를 대비해 청주공항의 기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식 충북도의회 청주공항 활성화 지원특위원장(더불어민주당·청주7)은 "국토부는 청주공항이 세종시 관문공항으로 나아가 신수도권 시대 거점공항으로 발돋움해야 할 시기인 점을 십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어로케이는 AOC 발급 신청 이후 각종 행정 및 현장점검 47회를 실시하고 총 52시간의 시범비행까지 모두 마친 상태로 지난 2월 180석 규모의 A320 1대를 도입한 바 있다.

AOC 발급이 지연되고 있지만 곧 발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근석 충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 등 업계에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점 등이 발급의 지연 사유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라며 "발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시기가 당겨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식 특별위원장 역시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같지는 않다"고 풀이했고 김성천 에어로케이 상무도 "내부적으로는 지연이 아닌 안전 등 미비한 사항에 대해 국토부가 강조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에어로케이의 AOC 발급이 시급해 보인다. 에어로케이가 청주공항 주기료와 150여명의 인건비 등 매월 약 20억원의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국제노선부터 운항을 개시해 적자폭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게 충북도 등의 판단이다.

한국공항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속에서도 지난달 청주공항 국내선 이용객은 21만 6000여명을 기록해 지난해 8월 22만 8000여명의 94.8% 수준에 달했다.

이민기 기자 mgpeace21@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