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묵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최근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 주변에 번지는 산불을 비롯해 올여름 서부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워싱턴 등 3개 주에선 100건 이상의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이들 지역은 건조한 기후 탓에 크고 작은 산불이 자주 발생하지만, 이번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염에 강한 바람까지 겹쳐 화재 피해가 엄청나게 커졌다.

이처럼 미국 서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큰 피해를 몰고 온 대형 산불이 미대선 정국의 이슈로 떠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14일(현지시간) “서부 해안을 강타한 산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선거운동 이슈가 됐다”며 양 진영이 산불에 초점을 맞춰 책임을 서로 상대방에게 돌리며 대선 쟁점으로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 변화 否認이 이번 화재나 기록적인 홍수, 기록적인 태풍을 야기하지는 않았겠지만 그가 또 다시 당선된다면 이 지옥같은 일이 더 자주, 더 치명적으로, 더 파괴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산불같이 악화되는 문제들을 경시하는 ‘기후 방화범’으로 규정지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산림 관리’의 문제로 몰아가며 “나무가 쓰러지고 시간이 지나면 성냥처럼 건조해져 폭발하는 것이고, 나뭇잎도 그렇다”면서 “땅에 이런 마른 나뭇잎들이 있으면 화재의 연료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산불의 책임이 산림 자체가 아닌 관리 주체에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흘렸다.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역사상 최초의 세계적 협정인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참가한 195개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하지만 2017년 6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협정의 탈퇴를 공식 발표하며, 석유·석탄산업계와 가까운 그의 행보에 대한 비난을 받고있는 셈이다.

아울러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독일, 영국, 일본 등 14개국 국민 1만 42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조사대상 14개국 중 유럽을 중심으로 한 8개국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기후변화였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과 캐나다는 코로나19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기후변화를 가장 큰 위협으로 꼽았다.

최근 우리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상하고 연속적인 기후 변화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격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체감되지 않던 기후변화가 영국 매체 가디언이 경각심을 갖도록 개명해준 것과 같이 ‘기후위기’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장마는 사라지고 우기만 남을 것이라는 둥, 강원도가 사과 재배에 최적지라는 둥 하는 말이 심상치 않게 들리는 걸 보면 그저 스쳐갈 것 같은 나날이 기후위기의 다른 얼굴들이라는 것을 조금씩 체감하게 된다.

또 2017년 7월 뉴욕매거진에 최초 기고 후 기후학자들 간의 많은 논의를 일으키고, 이에 따라 최근 자세한 근거와 사례들이 보충된 통계와 연구 논문들을 참조해 미래의 지구 모습을 그려낸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자에서는 개인의 노력이나 환경운동으로 대항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후변화와 미래의 지구 모습을 담고 있다. 지구의 CO2 수치는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상태이며, 세계의 규제는 기후변화 오염 속도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전까지 생물과 자연이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환경오염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다면, 이제부터는 인간이 직접 마주해야 하는 시기임을 알려주고 있다.

역대급 강풍을 몰고 온 태풍 마이삭에 이어 하이선까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자연재해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해서 2단계로 유지하며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가 주저앉을까봐 정부는 머리를 싸매고 있다. 모두 경제를 걱정하면서, 경제를 가장 위협하는 근본적인 이유인 기후위기에는 왜 관심이 없을까. 이제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그 길만이 살길이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기후위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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