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극단 이화 대표

연극의 3요소는 배우와 희곡, 관객이다. 이중 하나를 더 빼야 한다면 희곡을 뺄 수 있다. 연극을 포함한 모든 예술은 하는 사람 그리고 보는 사람이 존재해야만 비로소 예술이라는 행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계에서는 ‘웃픈’ 소리로 연극의 1요소가 거론되기도 한다.

바로 ‘돈’이다. 아무리 좋은 배우, 또는 기획자의 감이 있다하더라도 그걸 실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 없다면, 본인의 생계를 이어갈 돈이 없다면 예술인의 창작 생활은 쉽지 않다.

28세가 되던 해에 대학을 졸업함과 동시에 결혼을 하고 서울에 신혼집을 잡았다.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대형 기획사에 4대 보험 든든하게 받아가며 취직도 했고 시간을 쪼개 대학원까지 등록했다. 예술고부터 시작 했던 연극이 이제는 학교라는 둥지를 벗어나 프로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학시절 꿈꾸던 낭만은 서울에는 존재 하지 않았다. 배가 고파도 연극을 하면 행복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학시절 5평 남짓 되는 원룸에서 꾸던 꿈이었고 현실은 성공을 목표로 둔 경쟁자들 사이에 껴있는 한 사람이었다.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서울이여만 하는가?”

내 고향은 대전이고 많은 청년 예술인들이 큰 무대, 큰 꿈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오는 시점에 반대로 대전으로 내려와 지역의 문화예술발전에 이바지 하면 어떨까? 정 서울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면 대전에서 만들어서 서울로 가면 되지 않은가.

물론 말처럼 쉽지 만은 않다. 17년도 11월에 내려와 다음해 3월에 꼬마숙녀가 태어났고 대학원을 병행하고 있던 터라 연극은 고사하고 극장은 주변만 어슬렁거릴 뿐 가장으로서 생계를 이어 나아가는데 바빴다.

그러다 문득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고 이러한 삶의 굴레에서 절벽 끝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차피 떨어지면 죽는 건데, 연극하자!”

결국 돈이다. 연극 단 하나만으로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대전 모 선배님께서 ‘예술인들이 스스로 예술계의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크게 동감한다.

연극과 영화는 다르다. 라면과 스파게티가 다르듯이. 영화는 소비지만 연극은 체험이다. 연극이 연극으로서의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선 작품을 만든 노고에 해당하는 티켓 값을 직계가족이라도 돈을 내고 봐야 된다.

물론 우리가 미리 질 좋은 연극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탓하고 투정부리고 떼쓰고 후회하고 편가르기 식의 어리광은 경쟁에서 도태될 뿐이다. 연극은 예술이지만 연극 또한 시장이라는 것이 있어야 더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고 관객들은 더 좋은 공연을 관람 하며 서로 상생 할 수 있다. 나 잘난 연극 만드는 것으로는 이 시장에서 굶어 죽기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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