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무료 예방접종 일정이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통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감 백신을 운반할 때는 냉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백신의 온도가 적정하지 않게 보관되면 효과가 떨어질뿐더러 안전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조달계약업체의 실수라고는 하나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질병관리청(질병청)은 올해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을 지난해 1381만 명 보다 훨씬 많은 1900만 명으로 크게 늘려 잡고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아동들을 대상으로 이미 접종을 해왔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동시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질병청은 초·중·고교생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노인층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접종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백신은 어제부터 무료접종을 하려던 13∼18세 대상 물량이다.

예방접종 단 하루 전에 접종 중단이 발표되면서 일선 의료기관의 혼선은 물론 접종일정의 차질이 우려된다. 질병청은 지금까지 아동에게 공급된 물량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모들이 불안해하는 건 당연하다고 하겠다. 백신을 접종받은 이들에게서 특이반응은 없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문제의 백신에 대해서는 안전성 등 품질이 검증되면 순차적으로 공급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성 검사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할 때 백신접종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 큰 걱정은 만의하나 안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백신을 폐기해야하는 상황이 나올 경우다. 당장 백신 제조에 들어간다 해도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수입은 더 오래 걸린다. 당국은 대면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만전의 준비를 해주기 바란다. 코로나19에 인플루엔자까지 확산되면 방역 한계에 닥칠 수 있다. 다시는 예방접종 중단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내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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