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신종플루·메르스·코로나 모두 겪어 '비운의 고3' 자조
학교 행사 취소되고 개학연기·원격수업으로 학사일정마저 차질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 신종플루와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이하 코로나)까지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 잔혹사를 겪는 고3 학생들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 현재 2002년생인 이들은 월드컵의 열기를 이어받아 주목받는 세대였지만 주요 감염병과 학사일정 차질로 교육현장 변곡점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21일 교육현장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으로 올해 고3은 수차례 개학연기·온라인 수업 등으로 입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올 상반기 코로나가 터지면서 4월에 학기를 시작했으며 학력평가에 이어 중간고사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의 6월 모의고사와 기말고사가 계속되면서 1학기는 시험의 연장선으로 보냈다.  또 등교 상황을 고려해 2021학년도 수능도 2주 연기돼 12월 3일에 치르는 주인공이 됐다.

뒤늦게 교문이 열렸지만 학생들은 자율활동·동아리·봉사·진로활동 등이 막혔으며 학습 관리 부족으로 중위권이 무너져 학습격차가 벌어지면서 불안감은 더해졌다. 

특히 올해 고3의 경우 주요 감염병을 비껴가지 못하면서 학창시절의 추억마저 제대로 쌓지 못하고 있다. 

사진 = 고등학교 모의고사. 연합뉴스
사진 = 고등학교 모의고사. 연합뉴스

앞서 이들이 초등학교생이던 2009년엔 신종플루가 발생해 지역에서도 개학연기와 휴교령이 내려졌으며 2014년엔 세월호 참사로 인해 학창 시절의 꽃이라 일컫는 수학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줄 취소됐다.

중학교 진학에도 이들의 풍파는 계속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가 유행해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으며 교육과정 개편으로 2009년도와 2015년도 개정 교육과정의 일부가 함께 적용되는 유일한 학년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수학여행, 졸업여행 취소 등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비운의 고3’이라고 자조한다.

올해 19살인 곽모 양은 “학기 초 친구를 사귀는 것도, 체육대회 때 반티를 입으며 단합을 다질 수도 없어 추억의 한 부분이 사라졌다”며 “더욱이 수시 준비도 힘든 상황에 수능까지 연기돼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학이 입학식·졸업식·축제 등 주요 행사를 취소하고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면서 20살의 낭만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안갯속이다.

현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는 교사들도 안쓰러움을 내비치고 있다.

고3 진학부장 담당교사는 “학사일정과 수능이 연기되면서 아이들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도 불안함 모습을 보였다”며 “올해 아이들에게 제일 많이 해준 말은 ‘모든 고3이 다 똑같으니 불안해하지 말자’였다”고 말했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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