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인쇄출판인을 만나다
이용원 월간토마토 대표·편집장 “농사 짓는 마음으로 출판… 읽기·쓰기 일상적 돼야”
윤영진 도서출판 심지 대표 “정성 다해 작업… 출판업계 다양한 매체 활용해야”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우리 삶에서 종이책이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종이책이 있었던 자리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들어섰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현대사회는 책을 읽을 시간조차 앗아갔다. 빠르고 편리하게 종이책을 공급하는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들도 변화된 환경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인쇄출판계 역시 거대한 풍파를 피할 수 없었다. 인쇄출판의 위기는 꾸준히 거론 돼 왔지만 이제는 정말 현실로 닥친 상황에서 온몸으로 부딪혀 방법을 찾는 이들이 있다. 지역 인쇄출판인을 만났다.

▲ 월간토마토 구성원. 가운데가 이용원 대표. 서유빈 기자
▲ 월간토마토 구성원. 가운데가 이용원 대표. 서유빈 기자

이용원 월간토마토 대표·편집장

Q. 지역 친화적인 잡지를 만들게 된 계기

월간토마토는 2007년 5월호를 창간호로 내서 작년까지 결호없이 만들다가 올해 리뉴얼을 위해 3개월정도 휴간을 했다. 현재 159호 월간토마토를 준비 중이다. 잡지만 만드는 건 아니고 지역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단행본 출판을 하는 회사다. 처음 창간할 때는 지역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보다는 문화예술 잡지를 만들고 싶었다. 그때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데 세상은 외면한 채 돌아간다는 사춘기식 고민이 있었다. 우리는 왜 상상하지 않고 꿈꾸지 않고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예술이라는 장르에 다다랐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꿈을 꾸고 세상을 읽는 통찰을 하게 되지만 우리나라의 예술 생태계는 아직 그 수준까지 다다르지 못했다. 선진국은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구성원의 지적능력도 중요하다. 월간토마토는 예술의 일상성을 추구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고 잡지를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 지역 출판사들이 아니면 지역에 정말 중요한 콘텐츠들을 갈무리할 곳이 없었고 그래서 출판을 강화했다.

Q. 직접 꿰고 엮으면서 잡지를 만드는 이유

3개월 휴간하면서 리뉴얼 작업 할 때 내세웠던 구호가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책을 짓겠습니다’였다. 출판사를 13년 하다보니 출판영역이 처한 상황이 농업하고 똑같더라. 모두 농업은 중요하고 농사가 근본이라고 말하지만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현실은 천대 받고 멸시당하고 제 값을 못 받지 않나. 출판산업도 똑같다. 책을 읽어야 하고 출판산업은 대표적 지식산업으로 사회성숙에 꼭 필요한 영역이라고 하지만 농업과 마찬가지로 녹록지 않다. 글 쓰는 사람들도 원고료가 20년 째 안 오르고 있다. 책이 일만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찍혀나오는 천편인륜적인 상품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밭에서 씨뿌리고 마늘 캐고 분류하는 것처럼 책을 직접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이렇게라도 출판이 갖는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책 한 권에 지문 수십개가 묻어있다. 기계가 하는 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부 챙긴다. 하나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Q. ‘인쇄출판업의 위기’에 대한 견해

출판을 산업의 영역으로 보고 시장 질서 안에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하니 제대로 해결이 안 된다. 출판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함께 고민을 해야 한다. 학교 교육부터 시작해서 가정과 회사, 지역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 출판산업은 단순한 인쇄 기술이 아니라 지식의 확산과 평등성의 강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출판물의 확대와 그것을 공유하는 기회는 사회 소통 역량을 확장한다고 본다. 소통은 중요하다고 말만 해서는 안 된다. 글을 읽고 해석하고 상대방의 말을 왜곡없이 이해하는 능력은 사회에서 꼭 필요하고 가능케 하는 것이 독서와 글짓기라고 생각한다. 도서정가제과 출판지원 사업 같은 뻔한 공모로 지원책을 만들 게 아니라 출판이 유지되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항구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공공재로 바라보면서 지속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읽기와 쓰기가 학교에서부터 일상적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 콘텐츠가 드물긴 해도 간간히 출판된다. 지역 콘텐츠를 만들면 망한다고 생각하니까 많은 곳에서 만들지 않는 거다. 책들을 시민이 독자로써 적극적으로 구매를 해줬으면 좋겠다. 월간토마토에서도 대전여지도 1~3를 만들었지만 적자폭이 상당하다. 지역의 가치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콘텐츠가 정말 많은데 아쉽다. 콘텐츠를 나눠야 지역에서 논의가 겉돌지 않고 결을 맞춰나갈 수 있다. 우리 도시의 정체성을 찾고 미래를 그려나가는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의 뜨거운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다.

▲ 윤영진 도서출판 심지 대표. 서유빈 기자
▲ 윤영진 도서출판 심지 대표. 서유빈 기자

윤영진 도서출판 심지 대표

Q. 도서출판 ‘심지’의 의미와 출판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주변 시인들의 조언을 들었더니 심지라는 단어가 중의적인 의미가 있었다. 문학이라는 장르로 심지 굳히겠다는 의미다. 특별하진 않지만 오래 쓰다보니 익숙해졌다. 95년도에 시집만 전문으로 내는 ‘애지시선’을 내기 시작했다. 정성을 다하니 지역이나 타지에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지역에서 좋은 시집을 기획으로 낸다는 것에 놀라움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낼 때 100권만 내면 성공이라고 10년을 목표 기간으로 잡았는데 아직 100권은 못 만들었다. 93권까지 나왔고 내년되면 100권 채워질 것 같다. 대전문학이 전체적으로 활성화 됐던 건 1990년대 쯤부터다. 예전에는 대게 인쇄소에서 인쇄출판을 같이 했는데 80년대부터 독자적인 출판사가 생겼다.

현재는 인쇄와 출판이 분리 됐고 2000년대 들어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해 인력도 줄고 매체가 다양해지니 디자인 출판하는 사람들이 다 빠져나갔다. 더욱이 젊은 사람들이 글을 쓰려는 사람이 적다. 시나리오나 웹툰 등이 많고 나이 든 분들이 은퇴하고 글 쓰는 경우가 다수다.

Q. 인쇄출판업의 위기에 대한 견해

전반적으로 시대적으로 어렵다보니 오히려 지금까지 버텨온 게 다행이라고 본다. 1인 출판사는 많이 생기지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도 많다.

출판으로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힘들고 지역에서 기획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번역본은 판권을 사서 하면 그만인데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문학 작품을 만드려는 사람들이 없는 점이 책을 출판하는 입장에서 가장 힘든 것 같다. 그래서 문학 외에 학교 교재나 자비 출판도 함께하고 있다. 500만원들여 책을 만들어도 팔리는 건 100만원 내외니 책을 내는 사람들은 당연히 감당하기 힘들어서 문학이 점점 쇠퇴한다.

앞으로는 문학보다 ‘문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전이 서울이나 대구를 제외하고는 인쇄출판이 큰 시장인데도 지원 정책은 적은 것 같다. 요즘 출판사나 인쇄소에 가면 사업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늘려야 할지 고민들이 많다. 서로 사업을 합치는 등 자생적인 노력을 하긴 하지만 한치 앞도 모르니 열정이 위축되고 투자하기 힘들다.

그나마 대전문화재단이나 대전문학관에서 도움을 주는 면이 있어서 살아남고 있다. 대전문학관이 생긴 이후 출판계에도 조금 숨통이 틔였다.

Q. 지역 출판계의 전망

문학이 굉장히 중요한데 매체가 다양해지다보니 사람에게 잊혀 가는 점이 있다. 출판계도 어떤 식으로 가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전자책을 병행하고 있는데 아직은 어떤 식으로 가야 할 지 애매하다. 3년 뒤, 10년 뒤를 논하기 어렵다. 문학을 하려는 사람도 적고 전체적으로 힘들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지원 정책을 쓰는데도 막막하다.

그럼에도 토마토처럼 지역 문화를 찾아 가는 이들이 있다. 우리도 애지시선 100권 이후를 찾아볼 생각이다. 사람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것도 지역 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누가 먼저 시작할 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예 대중문학 쪽으로 기획을 해나간다고 하면 새로운 사람들이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기존 출판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야 한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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