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자 꿈나무장학회장

초등학교 졸업식 날, 운동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들던 친구들 사이로 담임선생님이 웃으며 다가오셨다. 선생님은 나에게, 친구들과 인사가 끝나면, 잠시 교실로 들려달라고 말씀하셨다. 교실로 가 보니, 선생님은 활짝 웃으며 큰 꾸러미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미자야, 졸업 축하하고, 중학교 가서도 공부 열심히 하렴.”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계셨는지, 선생님은 나에게 졸업 선물이라며 다양한 학용품을 선물로 주셨다.

우리 집안 형편에 마련할 수 없었던 것들이어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어린 마음에 동네방네 자랑했던 기억이 있다.

그 날의 기억은,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오랫동안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때 내가 받았던 것은, 학용품일 뿐만 아니라, 희망이었고, 기회였고, 꿈이었다. 그리고 막연히,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과 기회와 꿈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꿈나무 장학회는 그렇게 시작됐다. 상황이 어려워 생업과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 미래 인재들을 육성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시작하게 됐다. 처음은 같은 뜻을 품은 5명의 회원으로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50명이라는 회원분들이 동참을 하고 있다.

꿈나무 장학회를 운영하며, 2가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첫 번째 동구에 위치한 중학교의 일이다. 4명의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높은 성적을 유지하며 미래를 꿈꾸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후원했다. 지금 그 학생은 외국어 고등학교를 높은 성적으로 졸업 후, 경찰대학교에 다니며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해마다 안부 인사를 전하는데, 꿈을 이루어 가는 학생을 보며 매번 알 수 없는 가슴 벅참을 느낀다. 그저 힘든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않은 학생이 대견하고 고맙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일은 유성구의 모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의 일이다. 학생은 선척적인 안면 비대칭으로 인해 장애를 가지고 있었고, 수술을 당장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감사하게도 장학회 회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 덕분에 장학금 지급은 물론 수술비까지 후원할 수 있었다. 수술은 다행히도 잘 됐으며 지금은 종종 셀카로 안부인사를 전하고 있다. 학생은 그때마다 훌륭한 사람이 돼 자신이 받은 사랑을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생각이 너무 소중하고 기특하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 받았던 작은 관심과 사랑이, 현재 누군가를 돕기 위한 또 다른 보답의 마음을 심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선생님께 받았던 마음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보답할 수 있었고, 그 마음은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이렇게 아주 작고 사소한 관심에서부터 시작한다.

아직도 사각지대에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있다.

나는 앞으로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청소년들의 손을 잡기 위해 주변을 살피며, 관심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물질적인 후원을 넘어, 청소년들의 미래를 지키고 응원할 수 있는 또 다른 차원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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