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거래 보편화 … 업무 공백↓
경쟁력 낮은 소규모 점포는 소외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금융권에 탄력적인 근무시간 운영이 자리 잡고 있다.

주 52시간·재택근무 등으로 업무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우려와 달리 업무공백이 크지 않았고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지역내 코로나19(이하 코로나)가 재확산되면서 금융권의 많은 기관들이 재택·교대·시차제 근무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재택근무나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해 유연한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자유로운 근무환경과 줄어든 근무시간에 업무 차질이 우려됐지만 실상은 정반대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오히려 금융권의 디지털화·비대면화가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나 표준이 보편화되는 현상)이 되면서 업무의 효율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서류심사 등은 간소화되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대부분의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밤 10시 퇴근이 당연할 정도로 야근이 일상이었지만 요즘은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하다”며 “근무시간은 줄었어도 비대면거래 보편화, 서류 간소화로 효율성은 더욱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권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일부 기관이나 직원들의 소외감에 대해 우려한다.

탄력적인 근무시간 운영을 위해서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소규모 기관들은 제반시설을 갖추기 위한 시간·비용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점포수를 축소하고 계열사간 점포를 통합한 ‘WM(Wealth Management)센터’, 지역 2~3개의 점포를 묶어 대형화시킨 ‘거점 점포’, ‘디지털 점포’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근무시간과 성과는 비례하지 않는 것이 통계나 수치로 드러날 경우 비용절감을 위한 점포 축소, 통·폐합, 인력감축에 따른 고용불안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역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발달로 금융권의 점포 축소는 당연한 흐름이었지만 코로나로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업무 효율성이 증가하는 한편으로는 구조조정, 신규채용 감소 등 고용불안도 커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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