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청주시 공원관리과 공원관리2팀장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 등이 아이의 이름을 짓는다. 사람 이름은 부계 혈통을 나타내는 성(姓)과 개인을 가리키는 명(名)으로 구성돼 있어 성을 제외한 이름을 지을 때면 보통 부모는 아이에 대한 장래 희망과 기원을 담아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나무의 이름은 누가, 어떻게 지을까?

우리가 공원이나 가로수로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 같은 이름부터 화살나무, 말오줌나무 같은 특이한 이름의 나무들까지 이런 나무들의 이름은 누가 어떤 이유로 지었을까?

영어로'pine tree', 중국어로 '松樹'라 불리는 나무는 바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소나무'이다. 똑같은 나무를 나라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렇게 나라마다 일반적으로 통용해 부르는 이름을 일반명, 국명 혹은 향명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런 일반명은 과연 누가 언제 붙였을까?

현재 우리가 부르는 우리나라 식물 이름의 기준은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이라는 책에서 온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식물향명집'은 우리나라 식물에 대해 정리한 최초의 식물도감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한반도에 서식하던 식물 1944종의 이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식물종의 표준 이름을 규정하고 특징, 학명, 유래 등을 정리해 기록했다.

책이 발간되기 전까지는 지역마다, 동네마다 식물의 특징을 살려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 이 책에서는 가장 널리 쓰이는 이름을 일반명으로 정리했으며 어려운 한자 이름이나 일본 이름이었던 식물에도 우리말 이름을 붙여 정리했다고 한다. 줄기가 화살촉처럼 생긴 화살나무나 가지를 꺾으면 고약한 냄새가 나며 줄기가 잘 휘어지면서도 부러지지 않아 말 채찍으로 쓰는 데서 이름이 유래된 말오줌나무도 '조선식물향명집'이 발간되며 비로소 표준이름이 될 수 있었다. 그 후 우리나라는 '국가표준식물목록'으로 식물명을 관리하고 있으며 복수의 국명이 있는 경우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이름을 추천명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이름은 어느 정도 통일해 정리했다고 하더라도 나라마다 다른 이름으로 나무를 부르면 식물학 공부나 국제적인 연구 수행 시 혼돈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식물에 세계 공통의 이름을 붙이기로 국제적으로 약속했고 전 세계가 공통으로 쓰는 학명(學名)이 탄생하게 됐다.

학명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스웨덴의 식물학자 칼 폰 린네이다. 린네는 지난 1753년 '식물의 종'이라는 저서에서 동·식물을 속명과 종소명으로 표기하고 끝에다 종을 발견한 명명자(命名者)의 이름을 넣는 이명법을 확립했다. 이명법은 전부 라틴어로 구성돼 있는데, 소나무의 속명인 pinus는 라틴어로 '산에서 나는 나무'라는 뜻이며, 종소명 densiflora는 '빽빽하게 돋아나는 꽃'이라는 의미로, 소나무의 학명을 붙인 학자는'산에서 빽빽하게 꽃이 자라나는 나무'라는 뜻으로 이름을 붙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한라산·지리산 등 높이 500~2000m 사이에서 자라는 '구상나무'의 학명은 Abies koreana Wilson이다. 특이하게 나무의 학명에 반가운 korea가 들어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학명은 '속명+종소명+명명자'로 이뤄져 있기에 속명 Abies는 전나무 계열이란 의미이며, 우리나라 고유종이기에 종소명에 koreana가 쓰인 것이다. 또 이를 첫 명명한 사람이 Wilson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제는 식물의 학명을 보면 이 나무가 어떤 식으로 명명됐는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지 않을냐는 작은 기대를 해본다. 우리나라 고유의 일반명에도 식물의 특성을 알 수 있는 부분들이 많으니 일반명과 학명을 두루 살펴보면 식물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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