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 소독중인 소극장 사진= 연합뉴스

국립극단의 이른바 '온라인 극장' 시범서비스는 국립예술단체의 새로운 시도의 하나로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닌 듯하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공연예술계의 초토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국립극단이 신작을 무대가 아닌 온라인에서 개막한다는 사실은 향후 여파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상시기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앞으로 국립극장 라인업의 정규멤버로 정착시킨다니 국공립 공연장은 물론 특히 사립 공연장, 소극장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온라인 관람에 따른 이질감과 거부감을 줄인다는 배려로 대사 전달을 위하여 자막을 넣고 무대 전체를 비추는 풀 샷 버전과 배우들의 움직임에 따른 편집판 중에서 선택권도 준다고 한다.

아무리 첨단기술로 촬영, 송출한다 해도 극장에서 무대 위 배우들의 숨소리, 미세한 표정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몰입도에 비할 수 있을까. 국립극단은 내년부터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여 상설 영상송출을 계획하고 있다니 이제 국고로 많은 예산을 투입한 대작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저렴하게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면 일견 기대가 되면서도 착잡하다. 코로나 진정 추세에 따라 무대공연도 재개되겠지만 이런 혜택 저런 특권을 누리는 국립 공연단체가 발 빠르게 영상에 기대는 자세가 과연 대중의 취향, 시대에 부응할 것인가는 다른 과제로 남는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봄부터 우리 공연예술 특히 연극계는 황폐 일로를 걷고 있다. 열정을 다해 연습한 공연이 연기, 취소되면서 연극인들의 허탈과 실의는 나날이 가중되고 그나마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가며 거리두기로 소수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계획했다가도 취소되는 등 낙담이 거듭된다. 아직 우리나라 문화 공간, 특히 연극공연장이 확진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하였다. 무대, 배우, 관객이라는 연극의 세 요소에서 무대와 관객이 빠진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나. 지원금을 받은 공연은 무관중으로 막을 올려 녹화기록물을 제출한다는데 그 무대에서 과연 배우들은 신명나는 열정과 기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다른 공연 장르는 평상시에도 대중전파 영상채널이 상시 열려 있다. 그러나 연극이라는 장르의 특수성은 이런 차선책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섬세하고 복합적이다. 사회 모든 분야의 경제, 문화 활동이 파탄상태에 있는데 연극만 예전의 환경을 누리겠는가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소극장에서, 영세한 극단 배우들이 혼신의 힘으로 연기한 작품을 관람했던 분들은 이런 절박한 아쉬움을 이해하실 것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사) 한국생활연극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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