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법·제도 미비점 등 문제 부각
노동계 “제도 정비 필요한 시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속보>=최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외부 화물차 운전원이 사고로 숨진 가운데 관련 법·제도의 미비점과 괴리가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14·15·16일자 4면 보도>

여러 법령과 지침이 뒤엉킨 가운데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동 장치는 부족했고 화물차주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허점이 드러났다.

16일 충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부발전 하청업체인 신흥기공과 운송사업자 겸 운전기사로 일일 계약한 이모(65) 씨가 화물차(4.5t)에 2t짜리 컨베이어 스크루를 싣고 고정하던 중 굴러떨어진 스크루에 깔렸다. 이후 이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서부발전 측은 사고 이후 설명자료를 통해 ‘트럭 운전자 본인이 혼자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당시 상황’을 현장 보고자가 보고했다는 내용과 안전보건공단 가이드상 운전원 업무에 상·하차가 포함됐다는 점을 알렸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선 화물 상·하차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운전원의 고유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런 만큼 이 씨의 상차 참여 여부나 화물 고정 전에 원형인 스크루가 파레트 등 별도 고정 없이 불완전한 상태로 적재된 상황을 주요 문제점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운수사업법에선 화물의 결박 등에 대한 업무만이 명시됐지만 안전보건공단 ‘화물차량 운전원 안전작업 가이드’에선 표준 작업공정 흐름도에 상·하차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에선 실제 현장에서 갑을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운전원이 상·하차를 쉽게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적재물배상보험에서 보험사 대부분이 상·하차 과정 중 발생한 적재물 손해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향후 보상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씨의 고용 형태도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산재보상보험법에선 이 씨가 보험 적용 대상(일부 차종 품목)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근로자)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산업안전보건법에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상 특수근로자인 화물차주를 보호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시행한 내부 지침에도 계약 내용 내 업무 중 발생한 상·하차 등 사고의 경우 해당 작업장 노동자에 준해 처리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산안법과는 괴리가 있다는 게 노동계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서부발전은 이 씨가 특수근로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우선적으로 내세운 상태다.

현행법이나 지침에선 적재 중량에 대한 작업 인원 규정 역시 마련되지 않았다.

공단 가이드 사전 체크리스트에선 ‘중량물 운반시 2인1조 작업실시’ 등 내용이 포함됐지만 법적 효력은 없으며 산안법 규칙상 1명의 작업지휘자 지정만이 명시됐다.

공단 측은 각기 다른 사업장에 맞춰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현장에선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해 화물차주에 관련 작업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목으로 보고 있다.

한 노동계 인사는 “중량물 상·하차에 장비와 인력이 필요한 건 당연한데 화물차주에게 작업을 부과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산재보험법의 경우 예방을 목적으로 그 범위를 점차 확장하고 있는데 그 조치나 의무가 규정된 산안법에 화물차주가 빠진 건 문제가 있다. 각종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