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폐창’ 우려속 180억 매입비 부담… 마땅한 활용계획도 없어
군의회, 부정적 입장 표명… 郡 , 읍·면 설명회 등 주민 의견 수렴 나서

[충청투데이 박병훈 기자] 충북인력개발원 부지와 건물 매입 여부를 놓고 옥천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입하자니 마땅한 용도를 찾기 어렵고, 그냥 두고 보자니 왜 안 샀느냐는 주민들의 질타가 걱정돼서다.

옥천군의 고민은 17년 전 생겨난 조폐창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 한국조폐공사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혁신계획에 따라 2003년 21만 7038㎡의 옥천조폐창을 모 종교단체에 팔았다. 시 군수를 비롯한 주민 대표들이 ‘지방세를 한 푼 내지 않는 종교단체에 조폐창을 판 것은 지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해 삭발까지 했지만 매각 취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조폐창 매입을 검토하지 못했던 옥천군은 논란의 중심에 섰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주눅 들어야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작년 12월 옥천 소재 충북인력개발원 휴원 계획을 통보하자 옥천군은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난 2월 주민 설문조사를 하고 한 달 뒤 군의원 간담회까지 열었으나 여태껏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특정 종교단체가 상공회의소에 이 시설 매입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17년 전과 비슷한 우려의 불씨가 옥천군의 발등에 떨어진 모양새가 된 것이다.

부지 4만 5704㎡, 건물 1만 4634㎡인 인력개발원 매매 예정가격은 땅값 120억원을 포함해 총 180억원이다. 군은 충북도에 도립대 제2캠퍼스·학생생활관 설치, 도 농업기술원 분원과 남부출장소 이전 방안을 건의했지만, 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면서 없던 일이 됐다. 현재로서는 옥천군이 사들이는 방법만 남았을 뿐으로 이 시설을 종교단체가 사들일 때 불거질 군민의 따가운 시선을 잠재울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난을 피하자고 군민이 낸 세금 180억원을 투자하기에는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무턱대고 사들여봤자 마땅한 활용계획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한때 대기업 연수원 유치 등이 검토됐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재정난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해는 정부에서 주는 교부금도 줄었다. 작년보다 70여억원 감소했는데 내년에도 같은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법도 있지만 군의회 의결이나 정부 승인을 받아야한다.군의회는 예산을 허투루 쓰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인력개발원 부지·건물 매입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공공기관 유치가 말처럼 쉽지 않고, 자칫 장기간 방치될 경우 관리비 등 재정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조폐창 트라우마가 재연될까 걱정하는 옥천군은 읍·면 설명회, 여론조사,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옥천=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