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완공 목표 시점 내년까지 핵심 부품 장치 설치 불가능 판단
2009년 계획수립 후 세번째 연기…충청권 과학벨트 조성도 차질
연기되며 사업비 상승… 과학계 “애초에 무리… 전면 재검토해야”

사진 =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 조감도. 충청투데이 DB
사진 =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 조감도. 충청투데이 DB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10년 넘게 건설 중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이하 가속기) 사업 ‘라온(RAON)’의 완공 시점이 ‘또’ 미뤄지게 됐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연기인데 대규모 국책사업의 관리 책임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기초과학연구원(이하 IBS)에 따르면 내년까지 가속기 완공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사업 계획 수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부품 장치가 미설치 된 부분도 많고, 일부 구간은 아직 시제품 성능 검증조차 완료하지 못한 까닭이다. 가속기 사업의 중요 장치인 초전도가속기3은 전체가속모듈 22개 중 3개가 미완료됐고, 반파장초전도가속모듈 34개는 단 1개도 설치되지 못했다. 고에너지가속구간으로 한국형 가속기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초전도가속기2의 경우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시제품 성능 검증은 물론 현실적인 본 제품 발주 및 구축 계획도 없는 상태다.

이로써 세 정권에 걸쳐 추진 중인 가속기 사업은 또 다시 완공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되며,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확률이 커졌다.

2009년 충청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종합계획에 포함된 가속기 사업은 당초 2017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가 2019년과 2021년으로 각각 연기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내년 완공 시점까지 지키지 못하게 되자 과학계에서 애초에 무리한 스케줄이었다며 사업 전면 재검토 등 날 선 비판이 오가고 있다.

완공 시점이 계속해서 연기되자 물가 상승률 변동 등으로 인해 총 사업비 마저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당시 실 반영한 한 가속기 사업 예산은 1조 4445억원이었는데 현재는 건설 사업에서 물가 상승률이 반영되며 1조 5183억원으로 총 사업비가 조정됐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초전도가속모듈의 개수와 제작기간을 고려하면 완공은 최소 4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기술적 완성도,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객관적으로 재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단군 이래 최대 부실 기초과학프로젝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일정과 예산, 인력 등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충청권 숙원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조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과학벨트 사업은 가속기 구축으로 관련된 기업들이 입주하며 또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권면 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단장은 “일부 구간이 연기될 것 같아 과기정통부와 전체 완공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전략적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에 집중할 지, 아니면 속도가 빠른 부분 먼저 내년 말까지 작업하고 모자란 부분을 그 이듬해부터 시작할 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부대시설 등 대부분 완료가 됐고 부분적인 운영은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부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는 대전 신동지구에 추진되는 대형 장기 프로젝트로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무거운 이온을 가속시켜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는 거대 연구시설이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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