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계약 화물차 운전원 숨져
故김용균씨 참변 후 처벌 안돼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제정 촉구
사측 ‘귀책사유=본인’ 작성 논란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故 김용균 씨 참변으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전국적으로 부상시켰던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부발전 하청업체와 일일 계약을 맺은 화물차 운전원이 작업 중 사고로 숨지자 노동단체는 곧바로 ‘기형적 고용형태’를 지적하고 나섰으며 20대 국회에서 불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13일 충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10일 오전 10시 9분경 태안화력발전소 내 하역장에서 이모(65) 씨가 2t짜리 컨베인 스크루를 화물차(4.5t)에 싣던 중 스크루에 깔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대퇴부 골절과 과다출혈 등으로 인해 끝내 숨졌고 12일 오전까지 장례식이 치러진 뒤 화장됐다. 그는 서부발전 하청업체인 S사 측과 부품 외부 반출을 위한 일일 계약을 맺고 사고 당일 스크루 5개를 S사로 이송할 계획이었다.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는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으며 경찰도 업무상 과실 등과 정확한 사고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작업구역에 대해선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려진 상태다.

사고 이후 노동·시민단체와 정당 등이 포함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태안화력은 A 씨가 사고 당시 했던 스크루 하역업무를 자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도 S사에 맡겼고 S사는 이를 노동자 개인에게 위탁했다”며 “사고 원인은 위험한 업무를 홀로 하게 만드는 기형적인 고용 형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용균 씨가 2018년 숨진 이후 20개월만에 원청과 하청업체 책임자 14명이 기소됐지만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원·하청업체 책임자들은 위험을 계속 방치하고 비정규직 고용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김용균재단도 각각 성명을 내고 고용 구조와 작업 형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특히 노조 측은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살릴 수 있는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씨가 태안군보건의료원에 도착했을 때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닥터헬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거 김용균특별조사위원회 권고대로 태안화력에 응급의료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이 씨가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사고 하루 뒤에는 서부발전 측이 첫 내부 보고용 문서에 귀책 사유를 이 씨 ‘본인’으로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고용부 등 관계기관이 조사에 착수한 시점에 이미 책임 소재를 이 씨에게 넘긴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부발전 측은 해명자료를 통해 “내부보고용 양식에 귀책사유는 본인, 회사, 제3자로 구분돼 있다”며 “(이 씨) 본인이 혼자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당시 상황을 현장 보고자가 판단해 본인으로 안전사고 즉보를 작성했으나 귀책 여부는 추후 관계기관의 조사결과에 의해 최종 확정된다”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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