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묵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지난 7월 30일 대전과 충남지역에 내린 폭우로 인한 상처가 가시기도 전에 한반도를 강타한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하이선은 전국에 많은 피해를 남겼다.

집중호우와 태풍은 해수면의 온도 상승과 열대지방의 대류(對流) 발달 및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 빈도가 늘고 그 세력도 더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의 일관된 예측이다.

해마다 집중호우와 태풍이 발생하지만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생명을 잃거나 차량이 침수되는 사고 등은 해마다 반복 되고, 이로 인해 우리 주변의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을 한순간에 잃기도 한다. 이번 여름의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대형 태풍은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제대로 깨닫게 했으며, 대전이 이제 더 이상 자연재해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특히, 하천이 원도심을 관통하고 있는 동구 대동과 소제동 일대 저지대는 대동천의 범람 위기로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기상이변과 이로 인한 피해로부터 나와 우리 주변사람들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어떻게 하면 지켜낼 수 있을까?

이번 집중호우로 하천이 범람 위기까지 갔던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0여 년 간 준설작업을 하지 못해 쌓인 퇴적토와 통수단면의 절대 부족 현상 때문이다. 하천 퇴적토는 집중호우 시 하천 상류에서 침식된 토사가 하류지역으로 이동해 각종 부유물 등과 함께 쌓이는 것으로, 여름철 홍수기 하천범람 위협의 원인이 된다. 또 하천 흐름을 정체시켜 오염을 가중시키고, 둔치주변 잦은 침수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전시는 준설계획을 수립하고 퇴적토가 많이 쌓여 있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 지역에 대한 준설사업비 20억원을 재난관리기금으로 긴급 배정했다.

특히, 갑천 상류부와 하류의 유등천 합류부 등에 과다하게 쌓여 있는 퇴적토를 집중적으로 준설해 물이 흐르는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하천 준설이 환경 훼손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더 이상 현재의 상태를 고수하는 건 날로 심각해지는 기상이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 이번 피해는 하천의 퇴적토 등이 물의 흐름을 방해한 것도 있지만, 홍수 대응에 함께해야 할 하천 제방이 노후되거나 성능 향상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더욱 심각해졌다고 볼 수 있다.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천 제방을 재정비하고 지류 하천에 투자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도시화에 의한 불투수 면적 증가, 유출률 증가,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의 대형화 등 하천의 치수능력을 뛰어 넘는 변화들로부터 하천과 유역의 치수능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가야 한다.

우선, 이번에 경보통제시설을 이용해 대피명령까지 내렸던 인공 하천인 대동천에 대해서는 통수단면을 확보하기 위한 하천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이를 통해 하천으로부터 재해예방과 시민의 재산보호 및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근원적인 하천의 치수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으로, 우선 하천 범람위험에 대비하여 하도와 둔치(주차장이용) 등의 일부를 준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혹자는 또다시 하천의 치수기능에 집중되면, 과거처럼 하천의 환경과 생태계가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천의 치수적인 기능을 복원하고 기후변화에 맞춰 관리하는 하천중심의 치수사업은 하천이 지닌 가장 근본적인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제는 하천의 치수기능과 생태환경이 공존함으로써 지속가능한 하천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의 질과 연결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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