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태권도외교과 교수

지난해 말 처음 발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호흡기 감염질환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행사와 모임은 취소되고, 학교는 개학 연기나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조문객 없이 우울한 장례를 치르는가 하면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미루는 사례가 속출하고,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 확산으로 도시 간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지 오래돼 경제적 손실과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느 날엔가 아무런 예고도, 반겨주는 이 없음에도 불쑥 우리들 곁에 찾아와 잠시 머물다 갈 것으로 믿었지만 지독히도 못된 '코로나19'라는 불청객은 아직도 떠날 채비조차 하지 않고 눌러 앉아 있으니 사회적으로도 혼란스럽고 개인적으로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적은 언제나 두려움의 존재로 남아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면서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는 더욱 확산하고 있다.

온 세상이 집단 자기격리 상태에 들어가 경제를 비롯한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심지어 생명까지도 위협받아 긴 겨울잠에 빠져든 동물들처럼 움츠려 있으니 어쩌면 인류는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한 폐쇄적 실험실 안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다.

이러한 시간이 지속하면서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와 마치 전쟁터의 게릴라전을 연상하듯 괴롭히고 있으니 자유롭게 활동했던 몸과 마음은 제약을 받고, 평범했던 일상은 마비돼 단순한 고통의 호소를 넘어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다.

이쯤에서 우리는 해방 이후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사회가 극심히 분열되고 있을 때 이승만 대통령이 국민의 단결을 호소하기 위해 연설했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격언을 생각해 보게 된다. 중년의 세대는 반공을 국시로 하던 시절에 무장공비가 침투하거나 북한 정세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을 때마다 똘똘 뭉쳤고, 반공 구호를 목에 핏대를 세워 침을 튀기면서 외쳤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광복 이후 7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오늘의 우리는 '뭉치면 위험하고 흩어져야 산다'라는 소위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단 자가격리 탓에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잃었고, '뭉치자'는 격언 또한 '무조건 흩어지자'로 바뀌었다. 서슬 퍼런 유년시절 반공시대의 단결과는 달리 우리는 지금 무조건 뿔뿔이 흩어져야 생존할 수 있는 바이러스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수많은 전염병이 발병해 크고 작은 재앙을 불러일으켜 왔지만 모두 치유됐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과 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감염자를 치료하는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의료강국에 더해 깨어 있는 수준 높은 공동체 의식과 함께 하는 한 어떤 질병도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자리하고 있다.

전염병 확산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개인이 철저한 방역수칙의 준수는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해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비록 흩어져 있어도 따스한 위로의 말 한마디와 일상의 즐거움에 대한 나의 희생과 절제, 배려와 이타가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상생의 공동체 의식이 왜 스스로를 위한 것이고, 근본적인 사회적 백신인지를 깊이 깨닫고 넓게 되새겨 봐야할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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