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선 ETRI 셀룰러사물인터넷연구실 책임연구원

필자는 최근 스마트 공장 구축을 위한 5G기반 산업용 사물인터넷(IIoT) 시스템 개발 과제에 참여했다.

지난 7월 경산에 있는 스마트 공장에서 과제 결과를 시연했던 경험을 다른 연구자를 비롯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2016년 다보스 포럼 이후에 각종 미디어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사물 인터넷과 스마트 공장은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벌써 다 실현된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스마트 공장은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스마트 공장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에는 무엇이 있을까? 얼핏 인공지능이 가장 눈에 띄겠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스마트 공장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모니터링 하려면 사물인터넷(IoT) 단말로부터 공장상태를 전달받는 네트워크와 5G 이동통신 기술이 필수적이다. 또 로봇이 자유자재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기존 직접 선으로 연결해 제어하던 것을 무선으로 대체해야 한다.

연구진은 경북 경산으로 가기 전 실험실에서 5G IIoT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이 잘되는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

하지만 경산 스마트 공장은 생각했던 환경과 달랐다. 스마트 공장의 무선 채널 환경은 실험실과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였고 실험실에서 멀쩡히 동작하던 시스템은 멈춰버렸다.

결국 스마트 공장 환경을 분석하고 그에 맞춰 시스템 설정을 바꾸고 나서야 동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 후에는 스마트 공장을 제어하는 시스템, 모바일 로봇과 휴대용 가상현실(VR) 장비까지 5G IIoT 시스템과 연결하고 제어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은 시연을 마칠 때까지 반복됐다. 경산에서 시연을 준비하는 시간은 필자를 포함한 연구진들에게 경산에서 두 달 살기가 돼버렸다.

그리고 경산에서의 시연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연구원으로 돌아왔다. 필자는 20년을 연구소에서 무선통신 관련 연구 과제를 개발했다.

하지만 실험실 중심의 연구에만 몰두한 나머지 연구결과를 실생활에 응용하는 것이나 상용화에 대한 고민은 솔직히 덜했다.

우리가 개발하는 시스템은 인프라로 쓰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형태를 고민하기보다 일정에 맞춰 과제 결과를 내기에도 시간이 늘 부족했다. 그동안 통신관련 표준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어서 실생활에서 쓰일 수 있는 서비스에 대한 고민보다 기존 규격보다 더 나은 성능 결과를 보이는 데 치중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경산에서의 경험은 연구 과제를 개발하는 데 있어 응용서비스까지 고려하는 안목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시연을 준비하는 동안 힘든 일과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팀원들과 함께 서로 도와가면서 즐겁게 일했다. 시연 일정을 맞추기 위해 늦은 시간과 주말까지 반납하고 같이 했던 실장님과 팀원들을 비롯, 집에 있는 가족의 이해가 있어 가능했다. 스마트 공장 환경 안에서 5G 기반 IIoT 시스템이 유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볼 수 있어서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크게 느껴졌다. 우리 5G IIoT 과제 결과가 실험실 버전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스마트 공장뿐만 아니라 원격 의료, 원격 교육 등 새로운 응용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