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급속한 인구 노령화는 우리 모두가 인식하는 사회문제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유소년 인구(0세~14세)와 생산가능 인구(15세~64세)가 줄기 시작했다.

반면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전체인구의 15%를 넘어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2026년에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고령사회는 노인 빈곤, 노인부양 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세대 간 갈등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노동가능인구의 감소로 경제적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사회도 점차 이런 고령사회의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나 대응책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인의 새로운 트렌드다. 기존 노인세대와는 판한 특징을 갖는다. 이들은 대체로 교육 수준이 높고 평생직장을 통해 우리사회 경제성장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자긍심 강한 신노년들이다.

군사독재, 민주화 투쟁, 급격한 경제성장과 외환위기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지만 '내 집 마련'과 '자녀 교육'에 경제력을 쏟아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들의 기대 여명은 30∼37년으로 예상되어 연금이 없으면 후기 노년기에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대부분 재취업을 원하지만 사회 환경의 빠른 변화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신노년 세대는 갈 곳이 거의 없다. 놀 곳도 많지 않다. 퇴직 초기에는 주로 등산을 하거나 여행을 가기도 한다. 복지관 가기를 꺼리고 경로당은 더더욱 가고 싶지 않다. 이들 신노년들은 다양하고 질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이나 교육, 문화적 경험을 원한다. 노인 이용시설은 기존 노인들의 특성에 맞춰져 있어 신노년들에게는 재미가 없다.

85세 이상의 후기 노인들이 점차 돌봄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지만 신노년 세대는 젊어서 하지 못했던 다양한 교육과 경험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기존 이용노인들의 노화가 진행되면서 그 수가 줄고 있어 노인복지관과 같은 노인 이용시설들도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노인복지관뿐 아니라 평생교육원, 도서관, 미술관, 박물관 등 여러 시설도 신노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해야 한다.

더불어 노년 세대의 학력과 건강 수준이 높아지며 경로당도 기존 동네 사랑방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경로당을 마을의 복합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시범 사업으로 '열린 경로당'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신노년들의 가장 절실한 욕구는 뭐니 뭐니 해도 '일자리'다. 평생 열심히 일한 이들은 아직도 일하고 싶고,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일해야 한다.

연금 수령자를 제외하고 노후 준비를 못 한 많은 신노년들은 일자리가 절실히 필요하다. 정서적인 면에서도 사회적 역할 상실로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가질 수 있고 이는 또 다른 사회문제로 나타날 소지가 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노인이 건강하게 사회에 기여하면서 삶의 보람을 찾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야 한다. 은퇴 연령을 점차 늦추고 노인 기준연령도 높여 가야 한다. 신기술 발전에 맞춰 노인이 일하기 좋은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아동과 청년, 노인이 함께 어우러져 건강하게 일상을 즐기며 사회에 기여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언제까지 사회문제가 심각해지고 위기가 닥친 뒤에야 대책 마련에 우왕좌왕하는 우를 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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