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욱 한밭대 총장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우리 대학도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1학기에 학사운영과 관련해 몇 가지 비상조치를 취했다. 그중 첫 번째가 대부분의 대면수업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성적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 것이다. 비대면 수업 전환은 모두가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절대평가 도입에 대해서는 대학생이나 구체적인 관계자가 아니면 이게 무슨 소리냐고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즉, 그동안은 절대평가를 왜 안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상대평가를 대학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한 것은 약 20여 년 전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대학에 대한 각종 평가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후 평가결과에 따라 대학의 평판도가 좌우되고 또한 정부의 재정지원 여부가 결정되면서부터다. 대학평가에서 학사운영의 신뢰성은 중요한 평가요소이고, 지나치게 학점을 후하게 남발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대학이나 교수는 어쩌면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학점이라도 후하게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결과 정부에 의한 간섭으로 성적평가 방식은 상대평가로 최대 30% 내외의 학생만 A학점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회가 대학의 학점을 지금도 크게 신뢰하는 것 같지는 않다.

교육학적으로 학업성취도에 대한 평가는 절대평가가 당연히 옳다. 상대평가는 학생이 자신의 실력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보다는 같이 수업받는 동료와 비교되어 평가되기에 평가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고교시절부터 대학입시를 향한 한줄 세우기 상대평가로 피해 경험이 큰 우리 학생들에게 스스로 성취한 만큼 평가받게 하는 절대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 협동역량, 의사소통 역량은 같이 학업하는 동료들과 상호작용이 활발해져야 키워질 수 있다. 학업동료를 경계하는 분위기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후한 학점의 남발은 상대평가제도에서 답을 찾기보다는 절대평가의 기준을 명확히 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수강신청 전에 공개되는 강의계획서에 평가기준을 학습목표에 부합하게 명확히 제시함으로 평가 결과를 학생이 쉽게 납득하게 해야 할 것이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 학점이 어떤 흥정의 대상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상대평가는 교육 이외에서도 흔하게 발견된다. 특히 한정적인 재정으로 운영되는 사업에 대한 평가나 직원에 대한 인사평가 등은 대부분 상대평가로 진행된다. 필자는 과거 여러 대학의 협력을 통해 운영되던 정부재정지원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 원래 이 사업은 최초 선정 후 대학별 연차평가는 절대평가로 실시되었는데, 어느 해인가 정부정책의 변화로 대학 간의 상대평가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 그 해 1년간 대학들 사이의 소통과 협력이 사라지고, 모두가 각자도생 하느라 힘들어하고 성과도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 경우가 있었다. 우리들 스스로 가끔 한 줄로 줄 세우는 평가가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많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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