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서예이야기<411>

춘추시대(춘추시대) 초(楚)나라의 한 어리석은 서생(書生)이 옛날 책에서 사마귀가 매미를 사냥할 때 나뭇잎에 몸을 숨긴다는 대목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사마귀가 매미를 사냥할 때 몸을 숨기는 그 나뭇잎으로 내 눈을 가리면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겠구나. 어디 한 번 실험해 봐야지.’

소생은 다음 날 온 산을 뒤진 끝에 마침 매미를 잡으려고 나뭇잎 사이에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사마귀를 발견하고는 그 나뭇잎을 땄다.

그러나 급하게 서두르다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땅바닥에 널려 있는 낙엽들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근처에 있는 나뭇잎을 몽땅 끌어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생은 한 아름이나 되는 낙엽 속에서 사마귀가 몸을 숨겼던 나뭇잎을 찾기 위해 일일이 한 잎씩 들어 자신의 눈을 가리고 아내에게 물었다.

“내 모습이 보이오?”

처음에는 보인다고 대답했으나 같은 질문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자 귀찮아진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해 버렸다.

그러자 이를 받아들인 서생은 기뻐하며 시장으로 나가서 그 나뭇잎으로 눈을 가리고 남의 물건을 훔치다 붙잡히고 말았다.

관아(官衙)에 넘겨진 서생은 문초하는 관리에게 말했다.

“내가 이 나뭇잎으로 눈을 가리며 아무도 나를 볼 수가 없소.”

서생의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들은 관리는 그를 미친놈이라 생각하고 훈방하여 밖으로 보냈다.

일엽장목(一葉障目: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린다)은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우리 속담과 비슷한 말이며 일엽폐목 불견태산(一葉蔽目 不見泰山:잎사귀 하나가 눈을 가려도 태산이 보이지 않는다)이라고도 한다.

‘부이지주청목지명일엽폐목불견태산 양두색이 불문뇌정(夫耳之主聽目之明一葉蔽目不見泰山 兩豆塞耳 不聞雷霆:곧 무릇 귀의 주된 역할은 듣는 것이요. 눈의 주된 역할은 밝게 보는 것이다. 그런데 나뭇잎 하나로 눈을 가리면 태산이 보이지 않고 콩 두 알로 귀를 막으면 천둥, 우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뭇잎 하나가 눈을 가린다는 뜻으로 단편적이고 일시적(一時的)인 현상(現狀)에 미혹(迷惑)되어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깨닫지 못할 뿐 아니라 안목이 좁고 고지식한 사람이 어떤 착각에 빠져 사물의 본질을 깨닫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기도 하다.

<국전서예초대작가및전각심사위원장·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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