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설계비 100억 반영실패
행정수도 이전 당정간 엇박자도
與 "논의 지속위한 불씨 살린 것"

[충청투데이 백승목 기자] 2021년도 정부 예산안에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관련 예산이 전년과 같은 10억원만 반영되면서 의심의 눈초리가 여당을 향하고 있다.

'불퇴전'의 각오를 다지며 행정수도 이전론을 띄웠던 여당이 슬며시 ‘야당과의 합의’로 방점을 선회한 의중이 무엇인지 예산안을 통해 확인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행정수도 이전 관련 세종시 국회의사당 설계비는 100억원이었다. 그러나 반영에 실패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이 시사한 국회 완전 이전의 경우 청사 건립비용은 5500억원 가량이다.

통상 설계비는 건립비의 5% 수준이지만, 예산 반영을 염두에 둔 최소한의 요구안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여당과 정부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행정수도 완성이 공론화된 이상 ‘끝을 보겠다’던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그로부터 불과 8일 이후 열린 야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관련 의제를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 다음 회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주당에선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위한 균형발전 특위와 관련해 야당과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야당에선 공식적인 언급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당정간 엇박자도 노출됐다.

앞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확실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국무회의에 제가 참석할 때 (행정수도 이전이) 논의된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민주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래통합당의 한 인사는 “민주당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당정 엇박자나, 여당의 실질적 시그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행정수도 이전론이 지지율 관리나 위기 탈출을 위해 다급하게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방증’으로 해석된다”고 짚었다.

다만 민주당은 예산안 반영 자체가 여야간 논의를 이어나가기 위한 명분을 살린 것이란 입장이다.

민주당 국회세종의사당추진특위 관계자는 “전년과 같은 금액으로 반영된 부분은 현재 여야간 논의가 결정되지 않아 금액을 확정할 수 없어 그런 것 같다”며 “예산이 다시 반영됐다는 건 국회가 연말 안에 이 논의를 확정시켜 주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예산 증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예산 자체가 편성되지 않았으면 여야간 논의의 불씨도 사라질 수 있는데, 예산이 편성된 만큼 여야간 합의만 이뤄지면 예산 증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행정수도 완성 등을 논의하기 위한) 균형발전 특위의 조속한 가동에 김종인 위원장도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낙연호의 새 지도체제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진정성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서울=백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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